5촌 조카가 WFM 대표 안 맡은 이유... "'조국이 하지 말라 했다' 들어"

조국 전 법무장관/연합뉴스

이른바 '조국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가 2차 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을 인수할 때 조국 전 법무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하며 조 전 장관과의 친분을 언급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는 24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WFM 대표이사 김모씨는 코링크의 WFM 인수 과정에서 조씨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했느냐는 검찰 측 심문에 "실제 대표라고 이야기했다"면서 "(코링크 대표이사인) 이모씨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했고 전문지식도 없어서 내부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링크의 등기부상 대표이사 이씨는 경영권 인수 직후인 2018년 초 WFM 대표이사에 취임했다가, 작년 9월 김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 김씨는 조씨가 실질 사주인 근거를 묻는 검찰 질문에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기간이나 금액을 수정할 때 결정하는 사람이 조씨였다"고도 했다.

김씨는 코링크가 WFM을 인수한 이후 실제 경영권을 행사한 주체도 조씨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금액이 큰 2차 전지 관련 자금 집행이나, 조씨 지인 등으로 채워진 임원 인사, 직원 급여나 승진 문제는 조씨 의사에 따라 결정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WF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조씨가 아닌 이씨가 대표로 기용된 이유에 대해 "조씨가 '집안에 어른이 계시는데, 어른이 내년까지는 이런 일 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집안 어른'은 조 전 장관이라며, "식구와 찍은 사진을 받은 적도 있고 친분 관계를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가 WFM으로부터 자문료를 받도록 연결해 준 인물도 조씨였다고 한다. 초상권 만기로 새 컨설팅 담당자를 찾을때, 조씨가 "대학 교수가 있다. 조국 부인인데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2018년 12월부터 작년 6월까지 7개월 간 영어교육 사업 관련 자문료 명목으로 WFM에서 14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제가 민정수석이면 와이프가 그런거 못하게 시켰을 것 같다"면서도 "외부 강사 1시간 쓰는데 150~200만원 정도 거마비를 드리고, (전임 컨설팅 담당자 초상권 관련) 얼굴 하나 쓰는 데만 8억 5000만원 준다, (자문료가) 회사 매출 규모에 비해 크다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자문료 금액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김씨는 코링크가 2018년 1월 장외매수로 추가 확보한 WFM 주식 10만주 등을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와 정씨 동생이 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씨로부터 들은 바 없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WFM 실물 주식 12만주를 사들여 그 중 7만주를 자택에 보관하면서 공직자 재산공개 때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정준영 기자(pea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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