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에 ‘대통령 친서’…”코로나19 진단 키트 요청”

“스위스 메커니즘 이용한 지원 검토”

美 역시 “코로나 지원 길 열려 있어”

北은 우리 정부 협의 요청에 답 없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고위층까지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고심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직접 친서를 보내 우리 측에 진단 키트 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앞서 지원에 나선 스위스 메커니즘을 참고해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하려 한다”며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 역시 반대하고 있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에서도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미국, 이란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해온 복지부 차관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절박한 상황에 놓이며 우리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최근 로하니 대통령은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인도적 의료 지원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주도해온 미국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이란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입장이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을 직접 언급하며 “코로나 지원의 길이 열려 있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정부가 언급한 '스위스 메커니즘'은 스위스 정부가 스위스인도적교역절차(SHTA)를 통해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방식으로, 은행과 기업은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보증을 받는 대신 제반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강화된 주의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한편, 인도적 지원 대상으로 지목된 북한은 우리 측의 지원 의사에도 별다른 답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외교부 관계자도 “미국과의 대화에서 ‘북측이 코로나 협조 의사에 반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북한이 협의 요청에 응해야 남북 간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각국이 코로나19 진단 키트 등 지원 요청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앞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최근 우리 정부에 마스크와 진단 키트 등의 수출을 요청했고, 일부 국가는 의료 전문 인력을 파견해달라는 요구를 해오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방역 노하우 등을 요청하며 전문 인력 파견을 요청해오는 국가가 있지만, 우리 역시 의료인들의 피로도가 가중돼 현실적으로 사람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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