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논란…"이중계약" vs "특수한 상황"(종합)

'사냥의 시간' 배우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투자배급사와 해외 세일즈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대중에 공개도 되기 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2월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봉을 잠정 미루게 된 상황.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23일 이 영화를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넷플릭스를 통해 4월10일 단독 공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미 해외 극장 판권 세일즈를 끝낸 해외세일즈 회사 콘텐츠판다 측은 이를 "이중계약"이라고 지적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헀다.

콘텐츠판다는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냥의 시간'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가 '사냥의 시간'을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하기로 한 선택이 "이중계약"이라며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당사는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리틀빅픽처스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리틀빅픽처스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국내 개봉도 연기했지만 해외 쪽도 팬데믹으로 인해서 극장이 문을 닫아 개봉이 잘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 속에서 우리도 회사적으로는 존폐 위기에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제안해 협상한 것"이라고 넷플릭스 공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어 "그 상황에서 해외 세일즈 대행을 맡긴 콘텐츠판다쪽에 상황을 공유하고 협조 요청을 했다"라며 "이미 판매한 쪽에 고지하고 계약 해지 진행해달라, 거기 따르는 비용은 돌려주고, 다 하겠다고 했다. 손해배상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만 해왔다"면서 세일즈 대행을 맡은 콘텐츠판다의 태도가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리틀빅픽처스는 해외 영화사들과의 계약 철회 과정에서 드는 비용까지 감당하겠다고 했지만 콘텐츠판다 측에서 협조해주지 않았다면서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고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보다 훨씬 큰 메이저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 영화계가 예측 못한 일을 만나서 힘든데, 협조 안 하고 어찌 보면 훼방을 놓는 것처럼 가는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콘텐츠판다 측은 리틀빅픽처스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넷플릭스 계약 체결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콘텐츠판다 측은 보도자료에서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사임과 동시에 투자사다.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해지 의사를 전했다"고 알렸다.

또한 "리틀빅픽쳐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 당사는 3월 23일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전세계 스트리밍 공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이중계약 소식을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콘텐츠판다는 "당사 역시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전세계 영화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세일즈가 완료된 극장개봉 국가와 스트리밍 국가를 구분하여 진행하거나 당사와 함께 세계각국의 최선의 개봉시기를 찾아보는 등 사전논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건은 당사를 포함해 해외 영화사들이 확보한 적법한 권리를 무시하고 국제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틀빅픽쳐스의 이중계약은 해외 영화사들이 콘텐츠판다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과 적법한 권리를 무시한 행동이며 세계각국의 영화사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한 국제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콘텐츠판다는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리틀빅픽처스와의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리틀빅픽처스 측은 해외 세일즈가 끝난 후에도 OTT 상영으로 수입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틀빅픽처스 측은 "수입을 진행한 후에 그런 식으로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에서 상영하게 됐다면서 수입이 취소되는 케이스가 더러 있다. 지금은 그런 특수한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바이어들의 피해를 보호할 생각을 하지 않고, 대행을 맡고 있는 라이센스사의 손해에 대해 생각 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리틀빅픽처스는 극장 개봉을 강행했다면 13억원에서 15억원까지 추가로 들게 되는 P&A 비용(홍보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해결이 안돼 요청했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안 된 것이니 (법적 대응까지 감당하는 수밖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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