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책걸상이 중간·기말고사, 수능 모의평가 등이 실시되는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일렬로 줄지어 배치돼 있다. 개학 뒤에도 수업 중 학생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학교측의 조치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간고사 어떻게 되는 건가요.”
중3 딸을 키우는 김모(48‧서울 양천구)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5주 연기되면서 자녀의 학습 로드맵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예년에는 4월 초부터 중간고사 준비를 하면 됐지만, 올해는 중간고사 실시 여부를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 교육청에서 수행평가로 중간고사를 대체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지필고사를 본다고 들었다”며 “뭐가 맞는지 몰라 학교에 문의했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의 개학이 5주 연기된 가운데, 중간고사 관련 교육당국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학생과 부모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5일 만에 교육부가 이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행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간고사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12일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에서 개학과 학교 마스크 비축 등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7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중간고사‧기말고사 일정이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6일에 개학해도 학사 일정에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간고사‧기말고사 실시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안내한 ‘2020학년도 학업 성적관리 지침’과 엇갈린다. 이 지침에는 중간고사를 과정중심평가인 수행평가로 대체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청은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수업 시수를 확보하려면 중간고사 같은 별도의 지필고사를 실시하는 것보다 수업시간 중에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 학교 개학이 추가 2주일 연기 결정이 난 지난 17일 오후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광주 서석초등학교에서 31사단 장병들이 방역을 마친 뒤 철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이 알려지자 학생‧학부모‧교사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행평가는 지필고사와 달리 학생의 성취 과정을 평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고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수행평가로만 점수를 매기면 만점자가 수두룩해 1등급이 없을 때가 많다. 대입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고교생의 성적을 수행평가만으로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2 자녀를 둔 이모(49‧서울 양천구)씨도 “수행평가는 아무런 노력 없이 ‘무임승차’하는 학생들 때문에 공정하지 않다. 5~6명이 조를 짜서 수행평가를 하면 그중 1~2명은 아무것도 안 하고 점수를 받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에서 출근한 교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 차관의 발언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서울시교육청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도록 권고한 것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고3은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장도 “고3뿐 아니라 고1~2 성적도 대입에 반영되기 때문에 고등학교는 지필고사를 실시해야 한다.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내면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병대 연평부대는 지난 18일 연평도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연평부대원들이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초등학교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교육청도 “중간고사의 수행평가 대체는 ‘권장’사항으로 수업시수를 확보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발 물러섰다. 학교급이나 학년‧교과별로 중간고사 실시 여부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계에선 고등학교는 중간고사로 지필시험을 보고, 중학교는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별 구체적인 시험방식은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며 “중간고사 시행 등을 포함한 학사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