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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퍼펙트스톰 다가온다… “믿을 건 현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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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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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한국 경제를 강하게 옥죄고 있다. 증시가 연일 급락장을 연출한 데다 ‘유가 전쟁’에서 촉발된 유가 폭락세도 불안감을 키웠다. 급기야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金)마저 시장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투자 자산을 가리지 않고 팔아치우고 현금화에 나서는 투매 장세로 돌아선 것.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실물·금융 부문의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올해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올 초 2175.17로 출발해 지난 1월 22일 2267.25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당시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단기 악재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확진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고꾸라졌다. 코스피는 연중 고점에 오른 지 두 달 만에 1500선이 붕괴됐다. 지난 19일 지수는 전일 대비 133.56포인트(8.39%) 하락한 1457.64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09년 7월17일(1440.10) 이후 약 10년 8개월여 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유가 전쟁’에서 촉발된 유가 폭락세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를 위협받는 선까지 폭락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2.7%(3.28달러) 하락한 22.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8일에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미끄러진 20.37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지난 5년간 유가 분석에 기반해 WTI 유가 가격이 장기간 40~80달러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2015년 국제유가 급락 때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20달러선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바닥을 가늠하는 것조차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국제 유가마저 폭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들도 손실 위험에 처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규모는 1조5094억원에 이른다. 이중 DLS의 미상환 잔액은 약 8847억원이며, ELS는 약 6247억원이다.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던 국채금리도 상승(채권값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 포인트 인하했다.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를 열면서 강력한 통화정책적 대응에 나섰지만 오히려 국채금리가 오른 것이다. 적용일인 17일 연 1.441%였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0일 1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611%에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에서 지표물로 통용되는 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연 1.107%로 7.7bp 상승했다.

채권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채권 금리는 하락한다. 현재 안전자산 선호에서 유동성 확보 경쟁으로 넘어가면서 현금화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부각됐던 금(金)도 매물로 나오는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4%(5.3달러) 오른 148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고점인 지난 9일 1675.7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11.4%나 떨어졌다.

스위스 은행 크레딧 스위스의 금 시장 전문가 로스 노먼은 귀금속 시장의 상황에 대해 “무엇이든 다 팔아버리는 상황”이라며 “만약 당신이 이득을 볼 수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금을 팔아서 위탁보증금 이자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티은행의 애널리스트들도 “금은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이라며 “실적을 내지 못하는 다른 시장의 마진콜과 시세차액활동이 금 매각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증시 폭락으로 안전자산까지 투매하는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블룸버그통신 경제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19는 대공황 때보다 더 극심하고 가혹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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