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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갑자기 냄새·맛 맡고 느끼지 못하면 코로나 ‘감염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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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독·이태리·한국, 코로나19 국제 임상실험 보고서

‘가벼운’ 코로나감염 환자 대다수 후각·미각 상실 경험

한국, 표본 2천명 환자 중 30% 후각 기능저하 ‘관찰’


한겨레

후각 또는 미각 기능의 갑작스런 감퇴·상실이 코로나19 감염을 나타내는 특별한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는 국제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커피, 아기 기저귀, 카레와 마늘, 샴푸향 등에서 냄새를 맡는 후각 기능이 갑자기 상실됐거나 음식 맛이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미각이 크게 감퇴했다면 코로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특이한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후각 기능을 갑자기 잃은 어른이라면 다른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7일간 자가 격리조처에 들어갈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클레어 홉킨스 영국 코과학학회장은 이메일에서 “냄새를 맡는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 감염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 전파를 막고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 격리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권고는 코로나19 징후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 걸쳐 동료 의학자들이 임상연구에 함께 참여해 내놓은 보고서가 발표된 뒤에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이 보고서의 데이터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경고하기에 충분한 과학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현저하게 많은 코로나 환자들이 후각 상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광범위하게 진단이 진행돼온 한국에서는 표본 2천명의 환자들 중에 30%가, 비록 증상은 온건하지만, 두드러진 증상으로 후각 기능 저하 경험을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이비인후과학회도 이날 학회 웹사이트에 “별다른 특이 증세 없이 후각이 감퇴·상실됐거나 미각을 잃은 사람 중에서 나중에 결국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게 된 사례가 다수 관찰되고 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학회는 “알레르기나 축농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후각·미각 감퇴를 겪고 있는 사람은 자가 격리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개별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브레시아의 한 대표 병원(수용 환자 1200명 중 코로나 감염 700명)에서 심장외과 과장으로 있는 마르코 메트라 박사는 “이 병원에 있는 대다수 코로나 환자가 유사한 이력을 보인다.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내 아내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렸어요. 그 외에는 건강한 편이었지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이미 감염됐던 것이고, 비교적 가벼운 증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퍼뜨리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독일 본대학의 감염병학자인 헨드리크 쉬트렉은 “자신이 인터뷰한 100명 이상의, 온건한 코로나19 병증 환자의 약 3분의 2가 후각과 미각 상실을 며칠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독일의 코로나 환자 임상보고서는 처음에 호흡기 질환 증상이 나타난 뒤에 후각 및 미각 쪽에서 기능 장애가 뒤이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뮌헨대학의 클레멘스 벤드트너 교수(의학)는 “이런 코로나 환자들의 경우 며칠 또는 몇주 뒤에 후각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면서 “이 미각·후각 상실은 환자의 병세가 어떤지 또는 예전에 코막힘 증상이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발생했다. 코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으로는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니르말 쿠마르 영국 이비인후과의사협회장은 클레어 홉킨스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의료진은, 냄새 기능을 잃은 환자들을 치료할 때 개별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촉구했다. 이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바이러스가 코와 목구멍에서 자기복제를 한뒤에 재채기를 일으켜 의사를 감염시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홉킨스 박사는 2명의 영국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이런 경로로 감염돼 중중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 우한에서도 코로나 발발 초기에 여러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감염에 노출돼 사망한 바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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