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회의 거듭해도 마땅한 방법 없어"
'이자 마진'→'보험 마진' 구조 '대수술' 필요
바이백, 준비금 나눠 갚기, 공동재보험 검토
보험사 제로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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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동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로 금융당국이 0%대 기준금리 카드를 꺼내들자 금리에 민감한 보험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보험회사가 수익률 악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돼 결국 도미노 파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0%대 기준금리를 단행한 후 국내 보험사들이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갑작스러운 제로금리 영향으로 수익 비중이 가장 큰 채권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 주로 고금리 계약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를 단행한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숨통을 트여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회사 한 관계자는 "제로금리 상황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자금 운용 전문가들이 시시각각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경기가 성장할 것이란 정부의 경기전망에 맞춰 경영전략을 세워둔 상태다. 예상 밖의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제로금리 정책에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사실상 패닉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지급능력이 부족하면 파산하는 구조다"며 "보험금 지급건은 순차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발생하므로 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다수의 보험회사가 만성질환자처럼 서서히 무너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계약 상품은 보험회사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보험회사 스스로가 '이자 마진'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버리고 '보험 마진'을 높이는 구조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미래에셋생명을 꼽을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7년간 자산 포트폴리오를 '고마진 저금리 변액보험'으로 바꾸는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미래에셋생명의 별도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5%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7.1% 늘어난 407억원의 변액보험수수료 수입이 한몫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보험사의 당기순이익(5조3367억원)이 전년 대비 26.8%(-1조9496억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평균보다 순이익이 약 60% 개선된 것이다. 보험업계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조9963억원) 이후 10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최저 수준을 기록할 때, 미래에셋생명은 급성장하고 있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대형사는 과거 약 7~8% 고금리 약정상품을 많이 팔아 고객한테 지급할 부담 금리가 높다"며 "우리는 고객에게 최소한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자산운용 수익률을 내는 변액보험을 많이 팔면서 금리인하 타격을 어느 정도 빗겨갔다"고 밝혔다.
보험회사가 '부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백(Buy-back), 준비금 나눠서 갚기, 공동 재보험을 만들어 부채를 매각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더 구체적으로 보험사들에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백이란 무엇을 팔았다가 다시 구매하는 행위로 보험업권에선 과거에 고객에게 판매한 보험상품이 있을 때 웃돈을 주고 다시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해지환급금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 고객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지급 능력을 유지하면서 적은 돈으로 빚을 미리 갚아나갈 수 있다. 반대로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는 당장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윈윈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앞서 보험회사 측에 바이백 시행을 제안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또 다른 방안으로 '준비금 나눠 갚기'가 거론되고 있다. 보험사가 필요한 준비금의 50%를 쌓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 보험회사는 앞으로 50%의 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 돈을 10년간 나눠 쌓도록 하는 방식이다. 장기 할부처럼 나눠 갚는 방법으로 유럽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 대안으로는 공동재보험이 제시된다. 이는 보험사가 재보험사에 웃돈을 얹어 부채를 팔아 보험 상품에 내재된 손실위험을 재보험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험사는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책임준비금만큼 '미지급금'으로 회계처리 한다.
이로써 보험사는 금리변동성 확대에 의한 지급여력비율 하락가능성을 공동재보험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고금리상품을 보유한 보험사가 금리위험을 재보험사에 이전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고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과거의 빚을 털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체력을 잘 비축해 놓아야 건강한 상태로 수술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 관계자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일각에선 운용자산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버스(Inverse) 등으로 베팅해 보자는 의견도 있는데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며 "과거 RBC(지급여력비율)이 500% 이상인 일본의 우량 보험사가 이같은 방법을 시도했다가 파산한 사례가 있다"고 경계했다.
이혜지 기자 lhjee3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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