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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르노삼성의 '사기 캐릭터' XM3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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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소형 SUV QM3와 준중형 세단 SM3를 단종 시킨 르노삼성이 그 둘을 혼합해 만든 것 같은 신차 XM3를 내놓았다.



QM3 후속은 상반기중 르노 캡처로 출시한다지만 SM3 후속은 기약 없는 상태. 한국GM 쉐보레가 이미 준중형 세단 크루즈를 포기한 터라 당장 SM3 대가 끊긴다고 이상할 일은 아니다. 르노삼성이 XM3를 소개하며 기아 셀토스와 현대 아반떼를 동시에 언급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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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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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XM3는 국내 최초 '쿠페형 SUV'(액티언은 잊자)로 통하지만 그보다 '세단형 SUV'로 다가온다.



차명을 SM3와 비슷한 XM3 대신 아르카나(르노 버전 차명) 등으로 달리 했다면 나았을 지 모르겠다. 사실 XM3에 영감을 준 BMW X6 등도 따지고 보면 쿠페보단 세단에 가까운 형태가 아니던가. XM3 실루엣과 외관 디자인은 먼저 시장에 나온 쿠페형 SUV들 못지 않다.



늘씬한 쿠페 라인을 뽑아내기 불리한 상대적으로 작은(짧은) 덩치와 앞바퀴 굴림 기반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독일 고급브랜드 차들보다 어쩌면 더 낫다고도 할 수 있는 조화를 선보인다.



이미 수년째 쓰고 있는 르노 브랜드 특유의 앞모습은 자칫 식상할 법도 한데, XM3는 다시 한 번 효과적으로 활용해냈다.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SM6를 처음 봤을 당시만큼 신선하다. 헤드램프 내부 위쪽 디테일처럼 은근 멋을 낸 부분들이 눈에 띈다.



QM6에서 사족처럼 아쉬움을 남겼던 측면 가짜 통풍구 장식을 이번에는 조화롭게 처리했다. 휠 아치에 주름을 접어 볼륨을 강조하면서도 아래 쪽엔 까만 플라스틱을 둘러 실용적으로 만든 것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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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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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약간 투박한 느낌의 알로이 휠(18인치)과 안개등 주변 사각 장식은 덜 조화롭다. 앞모습과 달리 평편하게 보이는 테일램프 언저리와 범퍼의 가짜 통풍구를 위시한 뒷모습은 재미가 덜하다. 수년 전 해외 출시된 르노 메간 세단 뒷모습보다도 신선한 느낌이 부족해 보인다.



메인 컬러인 클라우드 펄 등 밝은 보디컬러는 SUV 특유의 아래쪽 검정 장식들과 대비되어 호리호리한 세단 차체를 높이 띄운 것 같은 착시효과가 높다.



하지만 XM3는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처럼 세단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고 서스펜션만 높여 SUV 흉내 낸 차는 아니다. 최저지상고뿐 아니라 차체바닥부터 지붕까지 높이도 SUV풍이다. 도어는 아래쪽 검은 장식 부분, 즉 차체 바닥 가까이까지 넓게 열린다.



세단처럼 뒤로 튀어나온 트렁크도 뒤창과 함께 크게 열려 넓은 개구부를 만든다(대신 닫을 때는 힘이 좀 든다). 독일차처럼 각 잡은 트렁트 내부는 동급 최대 적재 용량을 제시한다. XM3 기본 적재용량은 513리터로 셀토스의 498리터를 넘어선다. 준중형 세단 기아 K3의 502리터와도 견줄 만하다.



왜건 스타일 티볼리 에어 단종 후 소형 SUV 시장에는 꽁무니 짤막한 해치백 스타일만 남았으니 애꾸가 왕, 아니 트렁크를 길게 뺀 XM3가 유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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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 트렁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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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은 6:4로 분할해 접을 수 있고 트렁크쪽에서 접을 수 있는 별도 레버는 없다. 트렁크 바닥판은 폴딩한 뒷좌석 등판 높이로 높게 고정하거나 턱 아래로 깊숙이 낮출 수 있고, 스페어타이어를 대신한 곳에도 큼지막한 추가 공간이 있다. 스피커 9개짜리 보스 오디오를 탑재했지만 트렁크 바닥을 잠식한 기존 방식 우퍼는 보이지 않는다. '후레쉬 에어 서브 우퍼'를 적용해 스피커를 티 나지 않게 숨기면서도 저음역 성능을 확보했다.



XM3 차체 길이(4570mm)와 휠베이스(2720mm)는 셀토스(4375, 2630), 트레일블레이저(4410, 2640)보단 K3(4640, 2700), 신형 아반떼(4650, 2720)에 가깝다. SUV는 소형은 물론 한단계 큰 투싼, 스포티지, 코란도라 해도 차체 길이 4500, 휠베이스 2700을 넘지 않는다. XM3의 '동급' 비교는 반칙인 셈이다.



주차할 때의 단출함이나 도심 기동성, 효율성 등 '콤팩트'함에서 오는 장점들을 무기로 하는 소형SUV 차종에서 큰 차체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SUV다움을 내세우는 XM3의 동급 최대 지상고나 높은 운전 자세, 커다란 바퀴 직경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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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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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XM3 주행 감각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절묘하게 해낸다. 소형 해치백 같은 SUV나 나지막한 준중형 세단에 비해 거추장스럽거나 덤벙대는 느낌이 없다. 지시하는 대로 착착 잘 따라붙고 좌우 쏠림 없이 안정적이면서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뒷좌석 승차감은 살필 기회가 없었으나 앞좌석만큼은 승차감도 괜찮다. 옵션 중 가장 큰 18인치 휠·타이어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느낌이다.



시트는 차에 타고 내릴 때 편하게 엉덩이를 옮길 수 있는 높이에 있고, 앞차 너머로 교통상황을 살펴야 할 때 확실한 도움을 준다. 또렷한 움직임과 넓은 시야가 쾌적한 운전 감각을 만든다. 좁은 뒤창과 높은 꽁무니로 인해 후방 시야는 좋지 않은 편. 이를 보완하는 360° 주차보조, 후방 교차 충돌 경보, 주차 조향 보조는 시승차와 같은 최상위 트림(2532만원)에 적용된다.



시승차는 1.3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기본형인 1.6리터 GTe(123마력)보다 높은 최고출력(152마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낮은 회전 영역부터 높은 토크를 낸다. 최대토크는 2250~3000rpm에서 26.0kg·m. 그래서 트림 이름이 TCe '260'이다. 셀토스 1.6 터보의 177마력, 27.0kg·m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실용영역에서 성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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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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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귤러(일반)' 모드에선 가속 반응이 다소 굼뜨다. 자칫 껄끄러울 수 있는 DCT 변속기와의 조화를 고려해 부드럽게 튜닝한 결과로 추측된다. DCT는 대체로 매끄럽게 작동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조금 더딘 반응에 익숙해져야 한다. 엔진이 먼저 회전수를 높이고 차체가 따라 나서기까지 시간차가 있다.



제 실력은 스포츠모드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엔진회전 수를 높이면 웅웅 거리는 소음과 떨림이 스며 나와 그간의 쾌적함을 덜어낼 수도 있다. 가속 때는 스티어링휠을 통한 피드백도 이질적이다. 차의 용도를 생각하면 단점으로 꼬집고 싶진 않다. 스티어링휠의 변속 패들이 저렴한 플라스틱 질감인 것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달리면 전반적인 소음과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털털한 SUV가 아니라 세련된 세단 감각으로 다듬었다.



복합연비는 GTe의 1.6리터 자연흡기+CVT(무단변속기) 보다 TCe 260의 1.3리터 터보+7단 DCT(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조합이 더 좋다. 16~17인치 휠·타이어를 끼운 경우 13.7km/L로 동급(물론 가솔린 중) 최고를 자랑한다. 다른 차는 차치하고 차체와 배기량이 훨씬 작은 기아 스토닉 1.0리터 3기통 터보+7단 DCT(13.5km/L)보다 연비가 좋은 것은 흥미롭다. 시승차처럼 18인치 타이어를 끼운 연비는 13.2km/L. 과하지 않은 가·감속과 정속 주행을 병행하며 100km 시승을 마칠 무렵 계기판에 뜬 평균 연비는 12.6km/L였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1750rpm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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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TCe260 RE 시그니처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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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완전히 멈췄다가 재출발하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조향 보조장치는 '차로 이탈 방지 보조'까지만 지원하고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은 없다. 시승차는 차선을 밟지도, 스티어링휠을 놓지도 않았는데 뜬금없는 경고음으로 생사람을 잡곤 했다.



르노삼성에서 '멀티센스'라 칭하는 주행 모드 변경 기능은 마이센스, 스포츠, 에코 등 세가지 뿐이다. 하지만 동력 계통, 조향 장치 만이 아니라 계기판 화면, 실내 무드조명까지 일거에 바꿔주니 동급에선 꽤 호사스러운 사양이다. 10.25인치 액정화면으로 대체한 계기판도 고급 장비지만 의외로 수수하게 느껴진다. 꼭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한 탓인가 보다. 계기판에 가득 채워 지도를 표시할 수는 없고 '최적화된' 크기까지만 키울 수 있다. 그리고 경쟁 모델이 갖춘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없다.



내비게이션 스크린은 계기판보다 사이즈가 작지만 오히려 화려하다. 주행 모드 선택 화면은 훨씬 고급차들에서 보던 것보다도 멋지다. 흑백TV만 보다가 컬러를 접한 기분이랄까? 세로로 배치된 '9.3인치' 화면은 요즘 기준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가로×세로 면적을 따지면 경쟁 모델의 10.25인치보다 넓고 실제 내비게이션 지도를 볼 때도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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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행 모드를 바꾸고자 할 때 화면 아래에서 버튼을 찾아 누른 뒤 화면에서 원하는 모드를 터치해야 하는 방식은 운전 중 조작하기 위태롭다. 시트 열선, 통풍 기능 조작도 마찬가지. 생략과 디지털화를 통해 간결한 실내를 얻었지만 그게 곧 간편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나마 에어컨 조작부는 숨기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스티어링휠 변속패들도 레버를 D에 둔 상태에서 바로 작용한다. 실은 수동 변속모드 고정을 위한 M모드도 생략했다.



실내 마감은 기대이상 고급스럽다. 실제 소재가 고급인 부분도 있지만 얼핏 봤을 때 속고 넘어가게끔 재주부린 솜씨도 좋다. 자주 손이 가는 조작 장치들만큼은 보이는 그대로 충실하게 만들었다. 보기만 그럴싸할 뿐 조작해보면 실망하게 되는 차들도 많은데 XM3는 양반이다. 최상위 트림에도 앞좌석 좌우 독립 온도 조절 기능은 없다. 대신 동급 최초 AQS(에어 퀄리티 센서)와 컴바인드 필터로 실내 공기 질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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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마감은 앞좌석보다 질감이 떨어지지만 가족용차로서 손색없는 공간이다. 쿠페 라인을 위해 지붕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공간에는 여유가 있고, 차에 타고 내릴 때도 개구부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높이 앉는 차의 장점을 살려 앞좌석 아래로 발 넣을 공간도 충분하다. 뒷좌석 어깨 폭은 동급에서 가장 여유롭다고 한다. 굳이 흠 잡자면 도어 쪽 머리 측면부의 공간 여유가 적다는 것과 타이트한 등받이 각도를 들 수 있지만 심하진 않다. 가운데 팔걸이와 컵 홀더, 중앙 송풍구, 2단계 열선, USB 충전 단자 2개 등 장비도 충실하다.



SUV와 세단(혹은 쿠페) 특징을 하나의 차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제대로 해내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장점들이 시너지를 일으키기 보단 각자의 단점들이 불거져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든 차가 되기 십상이다. 과거의 실패작들을 떠올려볼 때 XM3 정도면 모범 사례다. 덕분에 소형 SUV 범주에 넣기엔 사기 캐릭터가 되어 버렸지만 마땅한 다른 분류가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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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전성 시대에 멸종 대신 진화를 택한 SM3'로 보면 어떨까. SM3 후속이라 하기엔 수백만 원 오른 가격이 걸리지만 시장 반응은 되려 호의적이다. 소형 SUV들 사이에서 유독 '준중형' 느낌 나는 차라 그런지 도리어 '착한 가격' 소릴 듣는다. 1.6 가솔린 엔진 얹은 XM3 기본형 가격은 1719만원부터. 1.3 터보 엔진 탑재하고 선루프 제외한 '풀 옵션' 갖춘 시승차는 천만원 비싼 27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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