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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美 대규모 부양책 상원 부결…‘죽음의 계곡’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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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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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약 2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반대로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올해 2분기(4~6월) 미 경제 성장률이 30%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규모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마저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히자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 상원에서 이날 실시된 경기부양 법안 절차 투표에서 찬성과 반대가 각각 47표씩 나오면서 법안 상정에 제동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법안이 상정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추진하는 이 경기부양 법안은 개인에 대한 현금 지급, 중소기업 지원, 실업보험 강화 등 약 2조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담고 있다. 상원의원들과 행정부 관리들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두고 초당적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흘간 협상을 벌였지만 이날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노동자 보호와 기업 구제금융에 대한 제한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과 담보 보증과 관련해 재무부가 수혜자 선별 등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갖도록 돼 있는 부분을 놓고 “재무부에 지나치게 재량권을 주는 것으로 사실상의 비자금(slush fund)”라며 반대했다. NYT는 “상원의원들과 보좌진들은 합의안 타결을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경기부양 법안이 이날 합의안을 마련하고 23일 표결에 부쳐진 뒤 다음 주중 시행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히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행정부가 추진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이 초기에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충격이 일어난 바 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선물은 가격 제한폭인 5%까지 떨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2분기 경제가 급락하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 조속히 의회를 통과해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코로나19 위기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30%에 그치고 실업률은 12.8% 상승하고 소비는 31%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다만, 3분기에는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미 GDP가 2분기에 각각 14%, 24%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셧다운’ 때문에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50% 하락하고 실업률이 30%로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불러드 총재는 “3분기가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꽤 견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를 대량 기업 도산이나 해고 없이 넘길 수 있다면 4분기와 내년 초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불러드 총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더 많은 일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면서 2분기 2조5000억 달러의 소득 상실을 대체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 대응을 요청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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