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저 월담 시위한 단체, 오세훈 둘러싸고 선거운동 방해 논란

吳 "경찰에 조치 취해달라 했지만 수수방관…방조한 책임자 밝혀라"
대진연, 황교안·나경원 선거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 벌여

4·15 총선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의 방해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대진연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통합당 황교안 대표 선거사무소와 서울 동작구 나경원 전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대진연은 작년 10월 미국 대사관저를 무단으로 침입한 친북(親北) 성향 대학생 운동권 단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건대입구역 선거운동을 하던 중 서울대진연 회원들이 오 전 시장을 둘러싸고 방해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측 제공

오 전 시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난 10여일 동안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산하 조직) 소속 학생들이 제 선거사무실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하철역에서 피켓을 들고 수십차례 선거운동을 방해했다"며 "오늘 아침 출근길 인사 장소에 대진연 소속 10여명이 저를 둘러싼 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 도저히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나와 있던 광진경찰서 소속 경찰 10여명에게 명백한 선거운동 방해이기 때문에 적정한 조치를 해줄 것을 30분 이상 간청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책임자가 없다는 핑계만 대고 수수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 전 시장 측이 공개한 58초 분량의 영상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출입구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오 전 시장 주변에 서울대진연 회원 10여명이 피켓을 들고 섰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금품 제공 근절!’ ‘부정부패 심판’ 등의 문구가 써 있었다. 오 전 시장은 "경찰들이 조치해달라"라며 "여당 후보여도 이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별다른 개입이 없었다. 오 전 시장은 결국 이날 오전 선거운동을 30분만에 중단했다.

그동안 서울대진연 측은 광진을 지역구에 있는 구의역과 선거사무실 등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대진연 측은 오 전 시장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설·추석 명절마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 등 총 5명에게 "수고가 많다"며 한 번에 5만~10만원씩 총 12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된 것을 문제 삼았다.

오 전 시장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8일 대진연 측에 선거운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공문으로 전달했고, 광진경찰서에도 대진연의 불법 선거방해 행위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은 "경찰로서 응당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방조하도록 지시한 책임자를 밝히고 수사할 때까지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경찰이 재발방지 방안을 내놓을 때까지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측 제공

대진연은 2018년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환영 대회를 주도하고, 지난해 10월엔 주한 미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했던 대학생 운동권 단체다. 4·15총선을 앞두고 통합당 황 대표와 신보라·나경원 의원을 비판하는 선전물을 페이스북에 게재해왔다. 지난 7일엔 서울 종로구 통합당 황교안 대표 선거사무실 앞에서, 지난 20일엔 서울 동작구 통합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서울대진연의 활동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 지난 19일부터 수사에 나섰다. 이날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함께 수사할 계획이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어 수사에 착수했다"며 "현장 조치에서 미흡했던 부분도 조사해 잘못이 확인될 경우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서울대진연이 유사한 선거법 위반 행위가 다시 발생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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