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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막내리는 KT 황창규號, 다음주 구현모號 깃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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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 6년의 공과 뚜렷
5G 세계 첫 상용화⋅AI 선도 평가
아현국사 화재⋅취업청탁 논란 휘말려

황창규 KT(030200)대표 체제가 막을 내린다. 다음주부터 KT 구현모호가 공식 출범하며 황창규호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업계 이목이 쏠려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황창규 회장은 별도 공식 행사 없이 주요 임원진과 오찬을 하는 것으로 이임식을 대신했다. KT 관계자는 "이임식 날짜는 내부 일정에 조율해 오늘 진행하게 된 것이고, 황창규 회장의 공식 임기는 30일까지"라고 설명했다.

민영화 이후 KT 회장 중 6년 연임 임기를 완전히 채운 것은 황 회장이 처음이다. 전임인 이석채 회장의 경우 연임에 성공했지만, 연임 1년 만에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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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황창규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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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동안 KT를 이끈 황 회장의 공과는 뚜렷하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시절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고 제시한 이른바 ‘황의 법칙’이란 용어를 만들어낼 만큼 ICT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KT 회장 임명 당시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황창규 회장 시절 KT는 5G(5세대) 이동통신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시하고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5년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5G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2018년 개최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는 세계 최초로 5G 망을 통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황 회장은 이를 통해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5G 상용화에 대한 해법을 밝히며 ‘Mr. 5G’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또 황 회장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AI(인공지능) 사업 강화에 힘썼다. 지난해에는 통신사를 넘어 ‘AI 컴퍼니’로의 비전까지 선언했다. 현재 KT는 AI 스피커 기가지니의 서비스 분야를 확장하는 동시에 AI 호텔, AI 고객 센터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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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홍보모델들이 AI 호텔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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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노조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규모를 줄이며 공기업 성격이 남아있던 KT를 민간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당시 8300여명이 명예퇴직을 하고 계열사 숫자도 56개에서 50개로 줄었다.
그러나 6년이란 긴 시간 속에서 명암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오명은 2018년 11월에 발생한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다. KT는 화재로 영업 피해를 본 소상공인 1만3500여명과 피해고객 110여만명 등에 피해 금액을 보전했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 외에도 KT는 아현국사 화재로 인한 비판 여론에 타격을 입었다. 황 회장은 KT 아현 국사 화재 이후 열린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해명하기도 했다. 또 민영화 이후 KT CEO로는 처음으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경찰은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일부 국회의원이 KT에 지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은 현재 계속 수사 중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 회장 이전 황 회장의 경력과 성과가 화려했던만큼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연임 이후 최순실 사태 등으로 정치적 내홍을 겪으며 미래산업 육성과 회사 내질을 다지는데 경쟁사 대비 소홀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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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CEO 내정자(왼쪽), 박윤영 KT 기업부문장(사장). /KT 제공



한편 오는 30일 KT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구현모 사장이 회사의 새 대표로 공식 선임된다. 구 사장은 12년 만의 내부 출신 CEO로, KT에서만 주요 보직을 거치며 경력을 키워온만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구현모호의 가장 특이점이라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과 복수 사장체제를 갖추고, 기업사업부문과 함께 글로벌사업부문을 박 사장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또 구 사장은 황 회장 시절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노조 및 사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기 보다는 신입사원 대규모 정기 공개 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부서별 소규모 수시 인턴제 채용을 확대하는 방법 등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줄 계획이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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