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 근무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유죄 확정

“전쟁 전제한 병무청 소속 거부”…대법, 징역 1년6월 실형 유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전쟁을 전제로 하는 병무청에 소속돼 있을 수 없다면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거부한 남성에게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ㄱ씨는 2016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85일간 무단결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법은 사회복무요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8일 이상 복무를 이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ㄱ씨는 자신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고, 이는 입영 기피 처벌의 예외 사유인 ‘정당한 사유’이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2017년 항소심은 ㄱ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이미 군사훈련을 마치고 노인요양시설에서 복무하고 있었다”며 “복무를 계속하더라도 더 이상 군사적 활동에 참여할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과 국민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무를 조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헌법에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더라도 국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병역 의무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할지는 입법자 재량이므로,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나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항소심 판결 후인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그해 11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면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했다.

이후 대법원은 ㄱ씨 사건을 심리했지만 항소심의 유죄 결론이 바뀌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ㄱ씨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거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