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폐렴 증상 없으면 확진 아니야"
SCMP, 무증상 환자 4만3000명 넘어
내부 폭로 이어져…기존 지표 불신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해 자가격리 상태인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우한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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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하게 진정된 가운데 중국 통계에 대한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통계 기준을 번복하며 혼선을 초래했던 데다 현장의 폭로까지 더해지면서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2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39명, 9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확진자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닷새간 해외 역유입을 제외한 중국 본토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코로나19 감염증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으로 부르는데, 바이러스가 검출되어도 폐렴 증상이 없으면 확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각 나라마다 집계 기준의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통계 조작의 근거는 없지만 개념의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무증상이라도 바이러스가 검출이 되면 확진자로 잡기 때문에 중국 기준으로 하면 확진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무증상 환자를 확진자에 넣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헤이룽장성은 무증상자 13명을 확진자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방역통제 방안을 내놓으면 핵산 검사 양성판정을 받은 자를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자는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 것이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확보한 중국 정부 문서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지난달 말까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무증상 환자는 총 4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를 합치면 중국내 누적 코로나19 환자가 12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뜻이다.
중국 뿐 아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증상이 없는 사람은 아예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홋카이도대 히로시 니시우라 교수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빠져나온 일본인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 30.8%가 무증상 환자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 보건 당국은 통계 기준을 중간에 한번 바꾸면서 확진자가 하루 만명 넘게 늘어난 적도 있다. 중국 보건 당국은 지난달 13일 발표부터 후베이성에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확진자와 사망자에 임상 병례 진단자를 포함했다가, 일주일 만에 이를 제외하며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임상 진단자는 의심 환자 중 CT 등 영상학적 검사로 폐렴 특징을 보인 경우를 말한다.
통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는 통계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폭로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우한 내 한 의사를 인용해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을 방문했을 때 신규 확진자 수가 조작됐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의사는 “(시 주석의 우한 방문 당시) 상당한 코로나19 검사가 연기됐다”며 중국 당국이 시 주석의 우한 방문에 맞춰 신규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연기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중국 최대 메신저인 위챗(微信·웨이신)에는 지난 19일 자신을 후베이 지역 주류 매체 기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에서 우한 지역에서 발열 증상이 난 일가족 3명이 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확진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이 글이 논란이 되자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에서는 우한 지역에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병원에서 상부에 보고하는 것을 꺼린다는 폭로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우한 화중과학대 퉁치병원에서 지난 18일 100여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지만 당국에 보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우한 당국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우한시 신문판공실은 22일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우한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각 의료기관은 법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직접 보고를 하고 있어 코로나19 통계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밝혔다. 우한시는 퉁치병원을 비롯해 폭로 대상이 된 병원들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폭로된 환자들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존 중국이 발표하는 지표에 대한 불신도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조작 의혹을 키우고 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 조교수는 “국제사회는 중국의 데이터에 회의론을 가질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데이터 조작은 수십 년간 지속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단순히 질병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공공재정 자료, 부채에 대한 데이터도 조작한다. 이런 예는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빨강)과 의심(노랑) 환자 발생 추이. 사진=텐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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