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정부·주정부, 마스크 등 장비 부족 두고 책임공방 / 뉴욕주 “의료장비 국유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P연합뉴스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의료물자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선거유세처럼 활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남 탓하지 말라”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 등은 22일(현지시간) 의료물자 부족 사태를 미국의 옛 개척시대의 ‘거친 서부’(wild west)에 빗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으면 코로나19 희생자는 더 나올 것이라고 압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특히 “뉴욕주는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플로리다주와 경쟁하고 있다. 바가지 가격이 심각한 문제가 됐고,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며 “주 정부가 의료물자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연방정부가 의료물자의 공급과 구매를 당분간 국유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CNN방송에서 “저기 바깥은 황량하고 거친 서부”라며 “경쟁 때문에 (가격이 올라) 개인 보호장비를 사는데 돈을 더 내야 하는 지경”이라며 지방정부간 의료물자 확보 경쟁을 언급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도 ABC방송에서 “우리는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희생을 더 치를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뒤늦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가짜뉴스를 공유한 프리츠커 주지사와 다른 소수의 주지사 그룹은 자신의 결점을 연방정부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달리 코로나19 대응 TF의 핵심인력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의료장비 부족사태에 대해 연방정부의 역할론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의료 물품 및 장비 부족 사태를 언급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날에는 “확보되는 자원들은 분명히 이들 자원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발 지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뉴욕주가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프레스비테리언 로어 맨해튼 병원 응급실 밖에서 의료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폭증에 따른 병실 부족 문제 등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및 시정부 요청에 응답하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워싱턴·캘리포니아주의 요구대로 이들 지역에 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주방위군 동원을 승인하면서, 뉴욕주 1000병상 시설 4개소, 캘리포니아 2000병상 시설 8개소, 워싱턴주 1000병상 3개소 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피해가 큰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환자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군(軍)의료 요원 동원을 거듭 촉구해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전쟁에 뒤늦게 나섰지만 즉흥적인 대응에 치중하면서 정부 차원의 장기플랜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인사 누구도 눈앞에 놓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서 수개월여간 지속될 싸움에서 필요한 공급량을 확보·유통시키는데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을 고안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을 선거 캠페인 집회에 대한 대체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무서운 위기 상황에서 대중에게 중요하고 진실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브리핑이 목적과는 반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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