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상반기 고용현황 발표
경단녀 비율 15.9% ‘역대 최저’
돌봄정책·유연근무제 확산 효과… 中企선 “딴 세상 이야기”
15∼54세 기혼여성 고용률 1.7%P↑
미성년 자녀 둔 여성 고용률도 62.4%
자녀 어릴수록 많을수록 고용률은↓
경단녀 121만명… 1년새 1.1%P 하락
일 그만 둔 사유 ‘육아’가 41.1% 달해
中企 육아휴직 고용유지율 68% 불과
부당한 대우·해고 신고 건수도 늘어나
與 격차해소특위 경단녀 지원법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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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A(40)씨는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간 일자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A씨는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더니 면접관이 나이 어린 팀장과 일할 수 있겠냐고 묻더라”며 “할 수 없이 눈높이를 낮춰 계약직으로 다음주 회사 출근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의 고용률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덕분에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은 하락세를 보인다. 돌봄정책 등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히 이뤄진 결과라는 해석과 함께 중소기업 등에서는 여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계청은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은 76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만명 줄었다. 이들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6.0%로, 1.7%포인트 상승했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2.4%로 2.4%포인트 올랐다. 이들 고용률 모두 2016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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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여성의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초혼연령이 높아진 데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일·가정 양립정책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녀 나이가 어릴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고용률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의 고용률을 살펴보면 자녀가 1명이면 63.4%, 2명일 때는 62.0%, 3명 이상인 경우 57.6%였다. 자녀가 2명 이상부터 고용률은 평균(62.4%)을 하회했다. 자녀 연령별로 보면 6세 이하가 55.6%로 역시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7∼12세는 64.3%, 13∼17세는 69.2%였다.
연령별 고용률을 살펴보면 50~54세 68.6%, 45~49세 66.7%, 40~44세 62.2%, 35~39세 60.2%, 30~34세는 56.3%로 나이를 먹을수록 높은 편이었다.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여성의 혼인연령 자체가 늦어지면서 출산연령도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인식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육아·출산에 대한 정부 지원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을 보이던 2030 젊은층에 작용한 것도 원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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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은 감소하고 있다. 15∼54세 기혼여성 중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경단녀는 12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3000명 줄었다. 그 비율은 15.9%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0.2%포인트)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201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아졌다.
연령별로 35∼39세가 24.7%로 가장 높았고, 50∼54세가 7.3%로 가장 낮았다. 15∼29세는 작년보다 2.1%포인트 하락한 19.7%를 기록, 2014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를 하회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의 경력단절도 소폭 개선됐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 427만6000명 중 경력단절(97만1000명) 비중은 22.7%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보다 2.2%포인트 떨어진 수치이다. 자녀 연령별로 경단녀 규모를 보면 6세 이하가 52만5000명, 7∼12세 32만명, 13∼17세 12만6000명 순이었다.
경단녀가 일을 그만둔 사유는 육아가 41.1%에 달했다. 이어 결혼(24.9%), 임신·출산(24.4%), 가족 돌봄(4.8%), 자녀 교육(4.7%) 순이었다. 결혼 후 아이를 갖고 낳으면서 그만둔 이들이 전체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경력단절 기간은 10년 이상(41.2%)이 가장 많았고, 5~10년 미만(22.8%), 1년 미만(12.6%) 순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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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연근무 확산 등이 워킹맘의 고용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한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코로나19를 계기로 유연근무가 급속히 확산했다”며 “제도 활용이 늘어난 것이 통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 연구위원은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경신했더라도 일·가정 양립이 보편화한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내년에도 역대 최고를 경신하겠지만,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못 미친다”며 “이를 높이기 위한 근로환경 개선 등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기혼여성의 고용률과 경력단절 애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진 못했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80% 이상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여전히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육아휴직을 쓴 뒤 1년간 회사에 다니는 비율인 ‘고용유지율’은 지난해 7월 기준 68.4%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꼴로 복귀 후 1년 내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다. 대기업의 고용유지율이 90%인 점과 비교해 차이가 극명하다.
육아휴직과 관련해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건수도 늘고 있다. 이 중 ‘육아휴직 미부여’는 2017년 58건에 그쳤지만, 지속해서 늘어나 2023년에 182건에 달했다. 올해도 8월 기준 105건에 달해 역대 최고가 예상된다.
‘육아휴직 중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도 2022년 59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120건으로 두 배 넘게 폭증했다. 올해도 7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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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여성 고용률 향상인 만큼 고용유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혼여성의 소득 수준이 미혼보다 낮은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5∼39세 여성 상시 임금근로자의 연간 중위소득은 기혼이 2811만원으로 미혼(3013만원)보다 적었다. 여성은 자녀가 있으면 소득 수준이 더 내려갔다. 유배우자 청년 중 상시 임금근로자의 연간 중위소득을 살펴보면 남자는 유자녀(5293만원)가 무자녀(4678만원)보다 높았지만, 여자는 유자녀(2580만원)가 무자녀(3255만원)보다 낮았다.
한편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경단녀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경력단절자 또는 중·고령 은퇴자를 대체 인력으로 채용할 때 주는 지원금을 현행의 3배인 24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는 국민의힘의 지난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조부모 돌봄수당의 전국 확대 시행도 검토된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지민·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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