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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연합시론] 도쿄올림픽 연기, 안타깝지만 불가피하다…최적 시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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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심화에 따라 7월 24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제때 열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지고 있다. 연기 또는 취소가 거론돼 온 가운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 4개월여를 앞둔 22일 마침내 연기 방안이 하나의 선택 사항이라고 인정했다. IOC는 긴급 집행위원회 뒤 성명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 보건 상황과 올림픽에 대한 영향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IOC는 4주 이내에 논의를 마무리한다면서 다만 올림픽 취소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상 개최를 강조한 IOC가 7월 개최가 어렵다는 현실론을 인정한 모양새다. 팬데믹이 진정되기는커녕 날로 악화하는 추세라서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연기 논의의 배경으로 "사람의 생명은 올림픽 개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들었다. 모든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고 바이러스 억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스포츠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결정 기준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IOC의 결정 직후 참의원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어려울 경우 연기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연기 준비에 조용히 착수한 것으로 보도된다. 일본은 취소 또는 연기가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신중함 속에서도 정상 진행 의지를 거두지 않았지만, 누구도 부인 못 할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분위기다.

도쿄올림픽을 연기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지구촌 여기저기서 불거져 왔다. 미국 육상협회와 수영연맹, 영국 육상연맹, 스페인 축구협회가 한목소리도 연기를 촉구했고, '육상 영웅' 칼 루이스 같은 유명 인사도 가세했다. 프랑스, 노르웨이 등에서도 연기 요구가 나왔고, 직전 개최국 브라질의 올림픽위원회는 성명에서 1년 뒤로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본 국민의 69%가 연기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언론 매체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예정대로 개최하자는 답변은 17%에 그쳤다고 한다. IOC의 성명이 나오자 세계 각국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캐나다 올림픽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1년 연기를 촉구하며 '7월 올림픽' 불참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인명과 건강 손실, 국제적 혼란 우려에다 훈련을 못 하는 선수들의 고충이 섞인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들이다.

올림픽 같은 초대형 국제 행사의 일정 변경은 극도로 난해한 방정식이다. 각국 당국과 선수들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TV 중계권료를 비롯해 후원사들의 각종 지원 비용, 인건비, 광고비 등으로 인해 올림픽이 취소되면 51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일본 경제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연기돼도 손해는 클 것이다. 특히 일본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 세계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서며 확산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7월 올림픽'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강행할 경우의 인적, 물적 손실과 혼란 규모는 연기 탓에 발생할 손실과는 비교 불가일 정도로 가공할 수준이 될 것이다. 이젠 어느 정도 대회를 늦추느냐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올해 가을'이나 '1~2년 뒤'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감염 확산 추이, 주최 측과 각국의 자체 스포츠 일정, 관련 분야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최적 시점 도출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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