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4 (금)

韓銀, CP·회사채 직접매입 고려해봤지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리스크 부담 중앙은행이 직접 지기 어려워"

"특정기업 지원 결정하는 건 월권…간접지원은 가능"

아시아경제

▲한국금융연구원 '코로나19로 인한 자본시장 위험요인과 대응방안' 보고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을 한국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 한은은 과거처럼 간접 자금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리스크 부담을 중앙은행이 직접 지는 것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관계자들은 최근 채권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한은법상 CP나 회사채 매입이 가능한지를 재검토했다. 한은법 제68조 1항에 따르면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은 국채ㆍ정부보증채ㆍ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유가증권이다. 따라서 금통위 의결만 거치면 CP, 머니마켓펀드(MMF) 등 위험자산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997년 한은법 개정 당시 재정경제원은 입법예고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회사채나 CP 등을 사고팔 수 있어 신축적인 통화조절이 가능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법 개정 당시 회사채나 CP매매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시장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만큼 한은이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안정성과 유동성에 대한 고민이 발목을 잡았다. 한은법은 제68조 2항에서 '각 호의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 관계자는 "2항은 결국 '리스크가 아예 없는 증권'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검토 결과 2항 때문에 한은이 CP나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따라서 시장에선 채안펀드 매매 대상이 결정되기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안펀드 규모는 최소 10조원+알파(α)로 전해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채안펀드로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6월 이전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2조5000억원, CP와 전단채는 약 25조원으로 총 28조원에 달한다"며 "보수적으로 50%가 상환이 안 될 경우만 따져도 채안펀드는 대략 15조원 이상은 있어야 시장이 안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 아니면 추가 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16년 정부와 한은이 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한은이 직접 자금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한은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펀드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손실을 누가 볼 것인지가 문제"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에도 CP매입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