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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코로나 치료할 '비아그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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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약 안전성 검증 개발 기간 단축 장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국가 정상까지 나서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는 없다. 개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현재 시판되는 다른 질병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위궤양 치료제로 만들었지만 탈모치료제로 다시 개발된 ‘미녹시딜’이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하려다가 실패한 뒤 다시 임상 과정에 발기부전 치료제로 만들어진 ‘비아그라’ 경우처럼이다. 또 개발을 하다 중단된 약물을 다시 임상 시험해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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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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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로 신약재창출 활발

전 세계 의약계에서는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은 약 가운데 코로나 치료제로 탈바꿈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약 개발 시간 단축을 위해 출시된 약이나 어느정도 개발된 후보물질을 시험하는 방법이다. 이를 ‘신약 재창출’이라고 한다. 전(前) 임상과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안전성이 검증돼 의약품의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부터 시작할 수도 있어 개발 시간을 크게 줄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 계열들이 신약재창출 연구 대상이다. 미국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존슨앤드존슨의 에이즈 치료제 ‘프레지스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 말리라 치료제 ‘클로로퀸’ 등이다. 이들을 코로나 환자 임상시험으로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하면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 받게 된다.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약은 칼레트라다. 칼레트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바이러스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한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중국과 홍콩에서 총 9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5월 초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존슨앤드존슨의 프레지스타도 지난 1월부터 중국 상하이 보건임상센터에서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르비돌(독감 치료제)과 하이드록시크롤로퀸(말라리아 치료제) 등도 중국에서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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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국의 한 병원에 놓여있는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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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도 주목받은 약물 중 하나이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임상 3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한 약물이다.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확진자가 복용한 결과 하루만에 호전된 사례가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보고된 바 있다. 미국과 중국, 한국, 싱가포르 등에서 총 6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시판된 다른 병 치료제 일단 투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를 언급하면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줬다”며 “그리고 우리는 거의 즉시 그 약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강력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꾸는 것)’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클로로퀸은 1930년대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다.

각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에게 실제 이미 시판 중인 약을 처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아비간’을 최근 환자들에게 투약하기 시작했다. 아비간은 후지필름의 자회사인 후지필름도야마(富山) 화학이 개발한 약으로, 2014년 일본에서 허가가 났다. 우리 보건 당국은 중증의 코로나 환자에 대해 에이즈(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로클로로퀸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두 의약품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이미 허가된 약이지만 코로나 치료제로 허가 받은 것은 아니다. 각각 에이즈와 말라리아를 치료하기 위한 약일뿐이다.

다른 질병 치료제를 쓰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신약이 허가·시판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전임상)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까지 모두 통과해야한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지 않은 용도라도 긴급히 써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 약들은 보건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질병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지,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만 허가 받고 시판 중인 약이기 때문에 적어도 사람에게 약을 투여했을 때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정미 서울대 약대 교수는 “치료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효과가 담보되지 않더라도 일단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치료제들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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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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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결과 속속 나오는데…

임상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확진자에게 효과를 보였다거나 혹은 약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식이다. 최근 중국 연구진은 199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데이터로 그 약의 가치를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지금 나오는 결과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라며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나이와 기저질환 같은 환자의 특징에 따라 그 약이 효과가 있고 없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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