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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시장 붕괴 막아야겠지만"…코로나發 금융 혼돈, 은행권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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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수요 급증

수익관리 비상 속 건전성 뒷감당 우려 고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진 가운데 은행권의 부담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 전체의 붕괴를 막아내야 하는 압박감과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동시에 몰려들어 딜레마에 휩싸인 형국이다.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기업ㆍ소상공인 금융지원 기조에 발맞추는 일이 당면한 과제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및 주요 은행장들을 만난다. 지난 20일 간담회에 이어 사흘 만의 만남이다. 은행권은 이날 만남에서 최소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출자를 금융위와 협약할 예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권이 공동출자해 채안펀드를 만든 바 있다. 은행권이 8조원을 부담했다. 시중 채권을 사들여 채권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목적이었다.


은행권은 최대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도 상당한 수준의 기여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가 중심이 돼 자금을 조성하고 대형 증권사들이 조력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과 증시의 불확실성 및 변동성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상황이라서 우려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안펀드의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의 우려를 떠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부담도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융위 등과의 실무 협의를 통해 당장 내달 초부터 3조50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대출을 초저금리(1.5%)로 소상공인 등에게 제공한다. 금융당국은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지원 효과가 유지될 수 있게 여신회수를 자제해달라고 시중은행들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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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등에 대한 전 금융권 차원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또한 주요 은행권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안정위원회(FSB)의 최근 권고에 따라 건전성 규제 유연화를 추진해 시중은행 등 은행권의 더욱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피해 기업 등에 대한 지원이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 담당직원의 내부성과 평가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면책조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은행권이 금융지원의 빗장을 풀도록 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이 미증유의 위기이고, 시장이 무너지면 금융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금융회사들, 특히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는 단순히 이윤을 남기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여서 우려를 덜 수 있도록 보다 더 구체적인 대안을 당국이 제시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당초 예정한 사업확장 계획을 최소화하고 내부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비상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말부터 조용병 회장이 줄기차게 제시한 해외 영업점 확대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상당부분 보류했다. 대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이른바 'C-레벨 회의'를 지주 차원에서 매일 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가동했다. 그간 한 번도 꾸려본 적 없는 '마켓 센싱팀'을 만들어 대내외 위기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을 중심으로 경기침체를 감안한 보수적 조달 운용 관리, 외화 차입수단 다변화 등 비상조달운용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윤종규 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조직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


한편 사상 초유의 제로(0)금리 시대 개막으로 은행권의 수익성 관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되면서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올해 총 1조원 이상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1%로 전월말 대비 0.04%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2~3월 이후의 상황은 더 안좋아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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