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연장 안되자 고강도 비용통제
연체이자 물더라도 단기숨통 고육지책
대한항공 6000억 ABS발행 ‘가시밭길’
현대제철·한화솔루션 사업매각도 불투명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금융기관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제동이 걸린 주요 기업들은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으로 강도 높은 비용 통제에 들어갔다.
유통 A사는 대출 연장이 여의치 않자 매월 내고 있는 임차료와 렌탈료 등 청구 연기를 검토 중이다. 임차료와 통신비· 렌탈비(PC·공기청정기 등) 연체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한 두 달 연기해 당장 필요한 대출금 상환 등으로 자금을 돌리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 매장 고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에너지 업계 B사는 지난 2~3년간 비용절감을 해오던 터라 경상비와 판촉비를 더 줄이는 내부 절감에 착수했다. 동종업계 C사는 지난 달부터 내부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 중이다. 전력비용부터 연료비용까지 공정 과정에서 절감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한 아이디어를 취합해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제주도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렌터카 예약 취소율이 90%에 이르고 전세버스 가동률도 5% 이하로 떨어지면서 휴·폐업하는 업체가 발생하자 지방정부가 직접나서 금융감독원에 캐피털 업체가 대출할부금을 유예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코로나발(發)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자금 조달 길이 아예 막혔다.
이달 말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증권(ABS)를 발행할 예정인 대한항공은 통상은 2조원 가량을 ABS로 조달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노선 운휴 및 감편이 확대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ABS에 가지급금 지급 중단, 자산 추가 신탁, 조기 지급 요청으로 추가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수익 사업을 매각하려는 기업들은 제값을 받을 수 있을 지를 걱정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강관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은 “일단 당장 급하지 않은 자금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유동성 확보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전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여수공장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인 한화솔루션 역시 생산설비 처리로 고심 중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업계가 불황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설비 자체가 일반 석유화학 시설 공정과 다른 특성 때문에 적정한 매수자를 찾는 게 더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효성캐피탈의 연내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효성도 난관이 예상된다. 공작기계·의료기기 등 설비금융이 주력인 효성캐피탈의 전방 산업 불황까지 겹쳐 기대 이하의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투자심리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나 자산매각이 힘들 수 밖에 없다”며 “평소 건전한 기업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기업들이 유동성을 공급받지 못하면 대규모 해고가 일어난다. 정부는 선거용 무차별 현금살포가 아닌 경쟁력 있는 산업에 정부지급 보증이나 대출 연장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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