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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이커머스 한국 1위 팔리나…매각설 이베이코리아, 5조 몸값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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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중심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익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최근 유한회사로 전환하고 글로벌 본사가 2년 연속 거액의 배당을 받아간 사실 등이 ‘정황 증거’로 꼽힌다. 그러나 5조원으로 거론되는 몸값이 너무 비싸고 사업 성장성도 한계에 달했다는 점에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솔솔 흘러나온다.

매경이코노미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사진은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G마켓’ 화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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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나오는 이유는

▷안 하던 배당에 행동주의 펀드 압박까지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오픈마켓 이커머스 기업이다. 지난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811억원, 486억원. 그간 역마진을 감수하며 치킨게임 중인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며 선방해왔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만 1조원 넘게 기록 중인 쿠팡이나 다른 이커머스 기업에 비하면 준수한 실적이다.

문제는 낮은 성장성. 경쟁사들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이베이코리아는 연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다. 영업이익도 2015년 801억원,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 등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투자를 늘리는 동안 이익 중심 경영을 해온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 새벽배송, 타임커머스, 직매입 등 새로운 사업 모델에 투자해온 경쟁사와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기존 오픈마켓 사업에 집중해왔다. 신사업에 투자를 소극적으로 해온 결과 흑자는 유지했지만 자연스럽게 성장성은 떨어졌다. 조 단위 적자를 내는 쿠팡의 기업가치가 흑자를 내는 이베이코리아보다 두 배가량 높게 평가되는 이유도 성장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매각설과 관련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확인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낀다. 그러나 최근 이베이코리아의 수상한(?) 행보가 잇따르며 업계에서는 매각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우선 이베이코리아가 안 하던 배당을 시작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7년 1391억원, 2018년 1613억원 등 2년간 약 3000억원의 배당을 했다. 이는 이베이코리아가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의 첫 배당이다. 배당금은 미국 이베이 본사의 자회사이자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 이베이(eBay KTA UK)로 흘러들어갔다.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현금을 빼가는 정지 작업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 외부 감사와 경영 실적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워졌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처럼 출자자들이 유한책임을 지면서도 이사나 감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등 회사 설립·운영과 구성 등에서 사적인 영역을 폭넓게 인정하는 회사 형태다. 이로써 이베이코리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매출·배당 등 경영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갈수록 악화 중인 실적과 배당 내역을 숨겨 매각금액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베이 본사 지분 4%를 확보, 경영 전반에 간섭하기 시작한 것도 변수다. 엘리엇은 이베이 본사에 ‘본업에 주력하고 곁가지 사업은 정리하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이베이 본사는 티켓 거래 플랫폼 사업인 ‘스텁허브(StubHub)’를 매각하는 등 전사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엘리엇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걸며 선택과 집중을 요구할 경우 이베이코리아도 정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매각 흥행 여부는 미지수

▷5조원 몸값 너무 비싸고 매력도 떨어져

시장의 관심은 이제 ‘누가 얼마에 사갈까’로 옮겨간다.

인수 후보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공룡 기업이다. 이들은 최근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온라인 사업 강화에 매진하고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는다. 다음은 사모펀드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역시 대형마트 업황이 부진하고 온라인 사업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롯데, 신세계와 같은 처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이다.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 트래픽을 바탕으로 소비 빅데이터 확보가 용이한 유통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해외 기업이 인수해 한국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해외와 달리 치킨게임이 치열한 한국 유통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계륵’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아마존, 알리바바 등 1등 업체 점유율이 독보적이어서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1등 업체도 점유율이 10%대에 불과해 인수 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 또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금융 등 유통 외 다른 산업도 같이 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각 분야의 강자가 있고 규제도 강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추가 성장도 쉽지 않은 구조다”라고 말했다.

5조원으로 거론되는 몸값도 거품 논란이 인다. 이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금액과 맞먹는다. 그러나 배민은 성장성이 높은 배달앱 산업의 독보적인 1등 기업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15조원 안팎의 거래액을 기록, 쿠팡과 근소한 차이로 1등을 겨우 지켰다. 코로나19 사태로 쿠팡이 급성장하고 있어 올해는 역전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이베이코리아의 매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몰에 검색·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채널링 사업을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끼리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유리한 구조여서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를 직접 인수할 유인은 낮아 보인다. 카카오는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고 전했다.

G마켓, 옥션이 국내 1세대 오픈마켓 서비스인 만큼 핵심 고객이 중장년층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리테일이 지난해 한국인이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의 세대별 추정 결제금액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는 40대와 50대 이용자가 가장 많이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에서는 네이버, 쿠팡, 배민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선택 이유에 대한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보통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 구색’ 세 가지를 꼽는다. 그런데 G마켓은 특이하게 ‘예전부터 써와서 익숙하기 때문에’라는 답변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핵심 고객층이 늙어간다는 점에서 시간은 이베이코리아 편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기존 사업부 부진에 따라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또 국내 소매 시장 온라인 침투율이 30%를 훌쩍 넘어서면서 산업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인수 인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구조인 점, 이베이코리아 이외에도 온라인 업체 중 매각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의 구조를 감안할 때 매각 흥행 성공 여부는 미지수로 판단한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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