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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US REPORT] 세계는 다시 ‘양적완화’ 中-“美 연준 빅컷으론 한계…재정확대 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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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돈 풀기’에 나선 결과다.

선봉장 역할을 맡은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준은 지난 3월 15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1.25%에서 0~0.25%로 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2015년 12월 이전 수준,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돌아갔다. 연준은 또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재가동했다.

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 악화에 美 리세션 우려 확대

미국·한국·뉴질랜드 등 기준금리 인하

3월 16일 한국은행도 12년 만에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75%로 낮췄다.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에서 0.25%로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앞서 3월 1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인 하루짜리(오버나이트) 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 일본은행은 3월 16일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현재 금리(단기 -0.1%)를 그대로 유지하되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입 한도를 기존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배로 늘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3월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폭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는 본질적으로 금융권의 신용 경색이 아닌 공중보건 위기이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했던 정책들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는 새로운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증가세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경 통제, 생산시설 가동 중단, 입국 제한 등 소위 ‘글로벌 셧다운’이 나타나는 것이 근본적인 불안심리 요인이다. 제조업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행 등 소비활동도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투입한다 해서 소비나 투자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블리클리 투자자문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결국은 시간과 의약품만이 이 상황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질병이 잡히기 전까지는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양적완화보다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보건의료 강화, 저소득층 지원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고프 교수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공급·수요 동시 충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당분간 재정적자가 늘어나더라도 재정을 쏟아부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의 주장은 미국 경제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 우려와도 관련 있다. 올 11월 대선에서 ‘경제 성과’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리세션 가능성을 인정했을 정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 3월 15일 미국 경제 리세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올 2분기는 ‘약할(weak)’ 것이지만 그 이후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7~8월까지 계속된다면 올 3분기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면 리세션으로 본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sc20max@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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