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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최악의 ‘해고 폭풍’ 예고에도 정부 ‘미적’ 골든타임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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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코로나발 경제 충격

외환위기 비해 더 깊고 오래갈 상처…전문가 “적은 것보다 과한 게 낫다”

스웨덴·프랑스 등 유급휴가 보장

취약계층 ‘재난소득’ 지급도 필요…본예산 계획 변경 등 당장 지원해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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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한국 경제 충격이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클 것이라고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 일용직 등 바닥부터 가계경제가 먼저 무너지고 4월부터는 기업에 대규모 ‘해고 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위기 앞에서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 제이슨 퍼먼의 제언을 소개했다. “적게 하는 것보다 과도한 것이 낫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새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중복 지원이나 부작용을 너무 걱정하지 말라” 등이다. 폴 크루그먼 등 경제학자 24명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에 제언한 ‘코로나19의 경제 충격 완화하기’에 실린 내용이다.

정작 기재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이 원칙들과 어긋난다. 규모와 내용 모두 ‘과감’과 거리가 멀다.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추경 28조원에 비해 작은 규모다.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합쳐도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이다. 스웨덴(6000억크로나·77조원)의 GDP 대비 10.6%, 미국(2조달러·2500조원)의 9.8%, 스페인(2000억유로·274조원)의 16% 선에 못 미친다.

내용도 부족하다. 대량 해고와 실직에 대한 대응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웨덴의 부양책에는 4~5월에 한해 병가를 낸 직원의 급여를 정부가 전부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원의 유급휴가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 콜센터 집단감염 등은 정부의 이 같은 유급휴가 대책의 미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우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 중에는 대량 해고에 대한 정책이 하나도 없다”며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 외에도 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직원을 해고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간의 사회경제적 충격에 대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가 심장마비였다면 코로나19는 중증 당뇨병”이라고 비유했다. 세계 경제 전체가 망가져 위기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는 동아시아에 국지적으로 발생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중국과 미국이 세계 수요를 견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도 ‘솟아날 구멍’이 마땅치 않아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원장은 “기존 추경에 없던 방식이라도 (자영업자, 실직자, 프리랜서 등) 봉급을 받지 않는 계층을 빨리 선별해 재난대응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가계와 기업이 무너지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추경에 의존하기보다는 올해 500조원 넘은 본예산 계획을 변경해 올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시행할 수 없는 것들을 뒤로 미루고 당장 긴급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박광연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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