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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태원 클라쓰’ 보고 알아봤다···꾸안꾸의 정석 ‘셔켓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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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가죽 셔츠 인기 이어

체크 무늬에 울 소재·벨트 더하기도

요즘 인기 ‘꾸안꾸’ 스타일의 정석

‘셔켓(shacket).’ 용어는 생소하지만 알고 보면 무척 친숙한 패션 아이템이다. 셔츠 같기도, 재킷 같기도 한 ‘셔츠 재킷(흔히 자켓으로 불리는)’은 도톰한 두께에 크기도 커서 재킷처럼 걸칠 수 있는 셔츠 같은 외투를 말한다. 품이 넉넉하고 큰 실루엣의 오버사이즈 셔츠라는 의미로 ‘오버 셔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셔켓은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론 쌀쌀하고 낮에는 더워 일교차가 큰 간절기에 적합한 옷이다. 초겨울과 봄, 가을 등 두꺼운 겨울 코트를 입기엔 답답하게 느껴지는 계절에 특히 활용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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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재킷의 장점을 모두 합한 '셔켓'이 간절기 외투로 주목받고 있다. 도톰한 셔츠형 재킷을 입은 영국 모델 알렉사 청. 사진 알렉사청 인스타그램


올봄 셔켓의 인기는 지난해 가을 패션계를 강타했던 가죽 셔츠의 인기와 맞물린다. 가죽 소재로 된 도톰한 셔츠가 고가 패션 브랜드부터 거리 패션까지 수놓으면서 가을·겨울 가장 강력한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패션 매체 그라치아 데일리는 지난해 11월 쇼핑앱 ‘LIKEtoKnow.it’에서 가죽 셔츠 검색이 800%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선 트렌디한 패션을 선보이는 캐릭터 조이서(김다미)가 가죽 소재로 된 셔츠를 입고 나와 주목받았다.

가죽 셔츠는 셔츠처럼 입기도 하지만 소재 특성상 외투로 입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티셔츠 위에 외투처럼 가죽 셔츠를 걸쳐 입으면서 자연스레 ‘셔켓’이라는 단어가 회자된 것. 이어 체크무늬로 된 두꺼운 울 소재의 셔켓과 벨트 달린 재킷 디자인의 셔츠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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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터틀넥 니트 위에 가죽 소재 셔켓을 겹쳐 입은 조이서(김다미). 사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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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패션 트렌드를 전하는 미국 온라인 매체 후 왓 웨어(Who What Wear)에선 올봄 주목해야 할 외투 트렌드 중 하나로 셔켓을 꼽으며 입는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최근 패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도 셔켓 해시태그(#)를 넣으면 5000여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주로 여성들이 셔켓을 활용한 예가 많이 등장한다. 캐주얼한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자라, H&M, 망고, 앤아더스토리즈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외투 부문에서도 여성용 셔켓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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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톰한 두께에 넉넉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셔츠 재킷. 사진 앤아더스토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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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전통적으로 셔켓을 선호했던 남성 패션 부문과 함께 여성 패션 부문 모두 고르게 출시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간절기 패션 아이템으로 남성용과 여성용 셔켓을 함께 제안했다. 브랜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스타일과 물량을 20% 늘렸다”고 한다. LF패션의 남성 패션 온라인 몰 ‘일꼬르소’는 지난해 가을 ‘오버핏 화섬 짚업 셔켓’을 출시해 2주 만에 완판, 재주문에 들어갔고 물량의 40%를 판매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인기 있는 셔츠형 재킷 ‘파르티멘토 피치 스킨 트윌 자켓’은 남성용으로 출시됐지만, 여성들도 많이 구매하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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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사진 에잇 세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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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의 장점은 어떤 옷차림에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청바지나 티셔츠 등 일상 스타일에 특히 제격이다. 계절도 잘 타지 않는다. 가벼운 티셔츠 위에 셔켓을 걸쳐 입을 수 있는 봄·가을이 제 계절이지만, 약간 도톰한 셔츠는 여름철 에어컨이 강한 실내에서 보온을 위해 덧입는 용도로, 추운 겨울에는 코트 아래 겹쳐 입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계절 패션 아이템인 셈이다. 성별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실제로 셔켓은 남녀 공용 패션 아이템의 대표 격이다. 같은 제품을 사이즈만 달리해 남자친구와 함께 커플룩으로 입는 경우도 있다. 셔켓의 인기를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로 해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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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에 검정색 팬츠를 더해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한 미국 모델 켄달 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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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의 인기는 ‘꾸안꾸’ 트렌드와도 통한다.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지난해부터 1990년대 작업복을 재해석한 ‘워크웨어(work wear)’ 스타일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셔켓과 작업복은 주머니가 많고 단순한 디자인에 편안한 스타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과하게 꾸민 듯한 어색한 패션보다 일상에서 활용도 높은 기본 패션 아이템에 눈길이 가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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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스타일의 재킷과 같은 색의 바지를 세트로 입어 일명 작업복 스타일인 '웨크웨어' 룩을 선보인 아이돌 가수 제니. 사진 젠틀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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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는 가죽·울 소재 일색에서 트위드 소재 등 다양한 셔켓 아이템이 출시되는 추세다. 벨트를 더하는 등 차별화된 디자인도 눈에 띈다. 한고은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담당 수석은 “실용적인 패션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및 Z세대를 중심으로 셔켓의 인기가 높다”며 “올봄에는 컬러와 소재,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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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드 소재의 셔켓으로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일상복 스타일을 선보인 방송인 김나영. 사진 김나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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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을 입는 방법은 아주 쉽다. 송원 H&M 마케팅팀 부장은 “셔츠 재킷은 보통 가슴 부분에 주머니가 달려있어 일반 재킷보다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며 “평소 사이즈보다 크게 선택해 자연스럽게 걸쳐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벨트가 있는 디자인은 몸에 맞는 사이즈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김경수 LF 일꼬르소 팀장은 “안에 티셔츠를 입고 셔켓을 걸친 후 면 소재의 점퍼를 걸치면 꽃샘추위에도 끄떡없다”며 겹쳐 입는 레이어드 방식의 스타일링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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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켓은 평소 사이즈보다 크게 선택해 오버사이즈로 입는 것이 멋스럽다. 사진 레이 by 매치스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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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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