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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자금경색에 만기 '폭탄'··· 기업 자금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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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만기 회사채 6조5000억원 '한계기업' 자금조달 신규 CB 발행 급증 증권사도 글로벌 증시 폭락에 유동성 위기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며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기업들은 물론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도 신용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는 증권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태다.

◆빌릴 땐 좋았지만···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CB

통상 4월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이 집중되는 시기로 꼽힌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이 나타나며 기존 채권을 차환하기 위한 신규 발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금융시장이 빙하기를 맞이한 3월부터 발행이 줄고 있다.

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은 실적 결산과 주주총회로 발행시장이 휴지기를 갖지만 올해의 경우 과거 2개년에 비해서도 40% 이상이나 발행 규모가 쪼그라들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유가 급락과 미국 회사채 스프레드 급등 등으로 발행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예정된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원 중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12.87%)에 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금융시장 위기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들이 많았다”며 “당시에도 ‘AAA’ 혹은 ‘AA’ 등급 기업과 'A'등급 기업 사이에 온도차가 심했는데, 앞으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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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비우량 등급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어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며 “현재 'BBB' 등급의 경우 물량 소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규 및 차환 자금조달은 이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계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쓰였던 CB시장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0일 발행된 CB는 7091억원으로 지난해(4396억원)보다 61% 증가했다. 2년 전(3468억원)보다는 두 배 이상 늘었다. 발행한 기업 수도 61곳으로 예년(45곳)보다 크게 늘었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늘어나며 현금 보유량이 적은 기업들이 새로 CB를 찍어내는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21일 8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헬릭스미스의 경우 이 자금을 2018년 발행한 2회차 CB 대금 환매에 활용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시가 급락하며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기보다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며 차환 목적의 CB 신규 발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2018년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하며 대거 발행이 늘어난 영향도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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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도 단기 유동성 부족 직면

증권사들도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들 증권사를 위해 현재 자기자본 15% 이내인 콜 차입 한도규제 등을 완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일 증권사 사장단 등이 포함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기업어음(CP) 시장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증권사들이 단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열렸다.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운용 과정에서 위험 회피(헤지)를 위해 다양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데, 최근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며 헤지 목적으로 맺은 파생상품 계약에서 담보유지비율을 맞추기 위한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가 급증했다.

회의에 참석한 증권사 사장단은 한국은행의 CP 매입과 콜차입 한도(증권사 자기자본의 15%) 일시 해제 등을 대책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콜차입 규제가 강화되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이 단기 자금조달 통로로 이용되어 왔는데, 한시적으로 이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은 각 사당 1조원 이상의 마진콜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CP등 단기채권 물량을 쏟아내며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전자단기사채와 CP의 발행한도를 총 1조5000억원 증액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안준호 기자 ajh@ajunews.com

안준호 aj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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