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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朝鮮칼럼 The Column] 퍼펙트 스톰은 이념과 코드로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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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경제 위기, 북한…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서 하나의 태풍으로 진화

IMF 사태 재연될까 걱정에 북한은 연일 미사일 쏘는데 정부는 총선·북한에만 올인

조선일보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미증유의 거대한 태풍이 한반도를 직격했다. 바이러스, 경제 위기, 북한이라는 3개의 태풍이 한반도에서 하나의 거대 태풍으로 진화했다.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 살게 되었다. 마스크 찾아 헤매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매일매일 불안하다. 주식 폭락을 보면서 집값은 어떻게 될지, 내 직장은 어떨지, IMF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다. 그리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있다.

둑이 터져 물이 새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오는 물만 바가지로 퍼내고 있었다. 둑을 막지 않고 바가지 성능이 세계 최고니 모범 국가니 자화자찬에 열중했다. 방역의 기본조차 정치와 코드에 감염되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다. 급기야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차단했고 우리 공항에서 국제편을 거의 볼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을 목격한다. 제발 자화자찬 그만해라. 그때마다 상황 악화가 되풀이되고 있다. 전염병은 국뽕과 코드로 이기지 못한다. 장기전에 대비하고 겸손하고 철저해야 한다. 우리에게 성숙한 시민의식, 우수한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가 있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것이 경제다. 경제학 족보에 없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이미 침체된 우리 경제가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잘 견딜 수 있을까? 이번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IMF 사태와 큰 차이점이 있다. IMF 사태는 오롯이 한국만의 문제였다면, 코로나발 사태는 세계 경제 문제로 전 세계가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IMF 사태와는 다르게,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에 나서는 배경이다. 6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로 일단 급한 불을 끌 최소의 안전판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정부다. 경제 상황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세금 주도로 지탱하는 우리 경제에 다시 총선용 세금 살포에 나선다면 국가 실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임도를 잃게 될 것이다. 경제는 심리다. IMF 사태 때 실직을 차마 가족에게 알릴 수 없어 양복을 입고 산으로 출근하던 가장들의 피눈물을 재연하고 싶은가? 시진핑 주석은 철천지원수와 같던 아베 총리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악연을 털고 일본과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자. 동서고금을 통해 경제와 외교에 코드와 이념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다.

북한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이래 고난의 연속이다. 무오류의 수령에게 흠집이 남았다. 북한 경제 상황은 90년대 고난의 강행군 시대만큼 어려움에 처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은 최근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야간 조명을 분석하여 인구의 60%가 절대빈곤층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4년에 걸친 고강도 국제 제재로 북한의 외화벌이 돈줄이 끊기고 있다. 무역의 90%가 줄었고 철광석, 석탄 등 광물 자원 수출이 제한되면서 무산광산, 김책제철소도 멈췄다. 해외 외화벌이 인력들도 귀국했다. 설상가상 우한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을 차단하여 무역은 물론 밀무역도 막혔고 한 해 3억~4억달러를 벌던 관광도 끊겼다. 당장 쌀값, 기름값 등 생필품 가격이 50% 이상 폭등했고 장마당도 썰렁하다. 외환이 고갈되면서 외환 위기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와중에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두 핵심 조직인 조직지도부와 호위사령부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로 따지면 청와대 경호실인 호위사령부의 수많은 간부가 숙청되었고 호위사령관의 처형 소식도 들린다. 노동당 최고 실세인 조직지도부장도 공개적으로 해임되었다. 불안한 김정은은 내부 위기를 밖으로 돌리기 위해 불장난 카드를 만지고 있다. 연일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을 쏘고 연평도 포격을 연상케 하는 서해 섬을 향한 대규모 포격 훈련까지 단행했다. 지난 연말 김정은은 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당한 고통의 대가를 얻기 위해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운운하면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이겠다고 했다. ICBM 도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대화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북 간 최대한 협력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북한을 지원할 의지가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악재투성이 총선 가도에서 북한 카드가 여전히 유효한 모양이다. 얼마 전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던 정부 대응을 저능한 사고방식으로 치부한 김여정 담화의 마지막 구절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

위기에서 국가와 정권의 실력이 드러난다. 거대 태풍은 절대 이념이나 코드로 막을 수 없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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