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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코로나類 백신·치료제는 한번도 개발 안돼… 쉽게 물러갈 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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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가장 험지에서 코로나와 전투 중…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만큼 당연하게 코로나 두려워해야

위생·예방 수칙 지키는 게 중요

인구 70% 걸려야 ‘집단면역’… 면역 기간 얼마나 될지 모르고 면역 안 생긴다면 최악의 상황

대구시장이 ‘코로나 현황’ 언론 브리핑을 할 때마다 김신우(55)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이 곁에 서 있다.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인 그는 가장 험지에서 휴일도 없이 코로나 전투를 이끄는 중이다.

―경북대 병원 음압 병실에 입원한 중증 환자 30여 명의 진료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표준적인 증상은 마른기침, 발열, 근육통이다. 심한 감기처럼 보인다. 증상이 악화되면 호흡곤란이 생겨 힘들어한다.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는 5% 미만이고, 이 중 일부는 추가로 에크모(ECMO) 치료도 받고 있다."

조선일보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코로나의 팩트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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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다''병 옮긴다'는 식의 혐오

―코로나 치료제가 없는데, 어떤 약을 쓰나?

"HIV(에이즈) 치료제와 말라리아 치료제를 주로 쓴다. 대증(對症) 치료로는 해열제 및 기침약을 사용한다."

―지금까지 경북대 음압 병실에서 퇴원한 케이스는?

"중증 환자 치료 병동이어서 사망자가 꽤 나온다. 지금까지 퇴원자는 20명쯤 된다."

―호전된 환자는 평균 며칠 입원해 있었나?

"한 달씩 가는 환자도 있지만, 가장 빈도 높은 수치(중앙값)는 약 14일이다."

―퇴원자들은 신분이 노출되는 걸 몹시 꺼린다고 들었다.

"신천지 교인은 '낙인 효과' 때문이다."

―신천지 교인만 그런 게 아니라, 감염됐다가 완치된 의료인조차 심리적으로 몹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바깥에서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까, 남들에게 혹시 피해를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우울해한다. 감염병은 자기도 모르게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사회가 잘 돌봐줘야 하고 스스로 극복 노력도 해야 한다."

―이들도 피해자인데, '더럽다' '병을 옮긴다'는 식의 혐오나 차별적 시선이 있는 것 같다.

"내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불안에서 나오는 자기방어 본능이다. 하지만 성숙한 사회는 남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대구를 집단 감염시킨 신천지 교인 환자를 대할 때 의사로서 어떤가?

"의사는 치료를 하지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31번 환자'가 신천지 집단 감염을 촉발한 걸로 보도됐는데, 그렇게 확정할 수 있나?

"그 전에 어떤 감염자가 있었다고 본다. '31번 환자'와 비슷한 시기에 발병한 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발병시킨 환자가 누군지는 역학조사로 찾아내지 못했다."

―'31번 환자'는 어떤 상태인가?

"아직 음압 병실에 있다. 약 4주가 된 지금까지 바이러스 배출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실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폐(肺)에 침투하는 새로운 바이러스 질환이다. 증세가 아예 없어 걸린 줄도 모르거나 가벼운 증상이 있는 환자도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에 전파력이 높다."

―전파력 높지만 치사율은 낮지 않은가?

"확진자 80%는 가볍게 지나간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 사망률이 1%를 넘어서고 있다. 치사율 1%에 가령 인구 10억명이 걸리면 얼마인가. 2015년 메르스보다 훨씬 더 무섭다. 메르스 사망률은 30~40%로 높았지만 전파력이 이렇게 세지 않았다."

―코로나에 너무 공포심을 갖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나는 글을 써왔다. 정정해야 하나?

"코로나를 별거 아닌 걸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고, 너무 지나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도 가볍게 보지도 말고, 조심할 것은 조심해야 한다. 수치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80대 사망률은 10%가 넘고, 70대는 6~7% 사망률이다."

―노인들이 다른 질환으로 입원해 폐렴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에 의한 폐렴과 어떻게 구별되나?

"폐렴은 '노인의 친구'라고 한다. 노인에게 흔한 폐렴은 입안의 세균이 폐로 흡인돼 생기는 것이다. 주위 사람에게 거의 옮기지 않는다. 코로나19는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폐렴이다. 평상시 노인들이 걸릴 수 있는 폐렴의 위험에 또 하나 위험이 추가된 것이다."

―통상 폐렴에 걸린 폐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가?

"바이러스 폐렴은 부드럽게 흩어져 있다. 세균성 폐렴은 한 지점에서 진하게 나타나 점점 넓어진다."

―젊은이들에게 코로나는 얼마나 위협적인가?

"중국 데이터에서 20대 사망률은 0.2%다. 확진자 1000명 중 2명꼴이다.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나도 자칫 치명적 상태가 될 수 있구나' 하고 알아야 한다."

―병원 진료를 못 받고 고열 폐렴으로 숨진 17세 소년의 사인(死因)을 놓고 질병관리본부와 영남대병원 간에 공방이 있었다. 질병본부가 '코로나 양성 일부 판정은 실험실 오염의 가능성'이라며 영남대병원 실험실을 폐쇄하겠다고 하자, 영남대병원장이 '환자 상태가 매우 의심돼 동원한 여러 검사 방법 중 하나에서 나왔는데 왜 신뢰도를 문제 삼느냐'며 반발했는데?

"검사 결과가 오류라고 생각되면 정도관리(精度管理)가 될 때까지 실험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영남대병원에서 지금까지 해온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영남대병원장이 화낼 만했다. 질병본부가 '일시적 오염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영남대병원의 검사에 대해 신뢰를 유지하는 걸로 입장을 바꿨다."

―대구시 의료계도 영남대병원의 입장에 동조했다. 17세 소년의 사인이 코로나로 판정 나면 방역 당국으로서는 부담이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질병본부는 원칙대로 했는지 모르나, 대구에서는 그런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라는 말들이 있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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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카인 폭풍

―어제는 26세 환자가 갑자기 '사이토카인 폭풍'에 노출됐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

"약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1918~1919년) 당시 젊은이가 가장 많이 죽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 왜 바이러스를 못 이기는지에 대한 의학적 설명이다. 가령 몸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힘이 1이면 면역력도 1로 대응해야 하는데, 10의 힘으로 너무 열심히 싸워 다른 장기까지 다치게 해 염증을 일으킨다. 사스·메르스 때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젊은 사람들도 '나는 건강하니 괜찮을 것'이라고 너무 자만해선 안 된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일반 사람은 더욱 음울해질 것 같은데.

"팩트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다. 일반인들은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팩트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그런 코로나 팩트를 놓고 어떤 이들은 크게 겁먹지만 어떤 이들은 '그 정도야' 식으로 반응한다. 전문가라면 어떻게 하라는 행동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지 않나?

"코로나를 쉽게 봐서는 안 된다. 혹자는 '왜 언론에서 날마다 사망자 숫자를 발표하느냐' '독감인데 뭘 그러느냐'고들 한다. 그게 아니다. 잘못되면 죽는다. 확진자나 사망자 숫자만큼 당연히 두려워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는 비말·접촉 감염이다.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모인 곳에 안 가고, 마스크를 쓰고, 안 씻은 손을 눈, 코, 입에 안 대면 큰 문제가 없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 등 최근 5~6년 간격으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국가 간 이동 증가, 밀집된 도시화 등으로 주기가 더욱 짧아질 것이다. 대유행하는 감염병은 변이를 잘하는 'RNA 바이러스' 계통이다. 인간이 백신을 개발해내는 능력이 변형 바이러스의 공격력을 못 따라가기 쉽다."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는데?

"적어도 1~2년은 걸릴 것이고, 안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코로나 바이러스류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는 한 번도 개발되지 못했다. 처음 1~4번 코로나는 감기였고, 5번 코로나는 사스, 6번은 메르스였다. 모두 백신과 치료제가 없었다. 이번이 일곱 번째 변형 코로나인데, 잘 물러갈 놈이 아닌 것 같다."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아예 눌러앉는 토착화로 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는데?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일으키기 좋은 성질을 갖고 있다. 무증상 감염에다, 가벼운 초기 증상에도 바이러스를 많이 내뿜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한번 휩쓸고 간 뒤 수그러들까?

"그런 낙관적 예측도 있다. 하지만 통제가 안 되고 코로나를 앓고 나서도 면역이 안 생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 면역이 생길지 어떨지 아직 모른다. 설령 생겨도 면역 기간이 몇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 모른다. 앞으로 알아가게 될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떨어질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모르지만, 동남아에서도 크게 유행하는 걸 보면 부정적이다."

―공동체 구성원의 3분의 1이 걸리면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들었다.

"아니다. 집단면역이란 구성원 집단이 어느 수준의 항체(抗體)를 만들 때 면역 없는 사람도 집단에 둘러싸여 간접 보호를 받는 개념이다. 그 비율은 감염병마다 달라진다. 홍역은 집단의 90~95%에 항체가 생겨야 면역이 이뤄진다. 코로나19는 인구의 70%가 걸려야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

―인구의 70%가 걸려야 집단면역이 생긴다는 것은 무슨 근거에서 나왔나?

"코로나의 '감염 재생산 지수'(감염자 한 명당 새 환자를 발생시키는 수치)는 1.4~2.5로 추정되다가, 최근 3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 계산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 정부 방역 대책의 문제점은?

"메르스 사태 이후 지자체에 감염병 전문 병원을 세우고 역학조사관을 증원하는 등 공중 보건 대응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뒤 감염병이 안 생기니까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대구를 다녀오면 2주일 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에 인터뷰는 네 차례 통화로 이뤄졌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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