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취약한 노인들 대신해 청년들이 생필품 등 장 봐줘
미 서부 네바다주(州)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노인 대신 장을 봐주는 '쇼핑 엔젤(Shopping Angel·쇼핑 천사)'들이 있다. 어머니가 이웃집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는데 뭐가 필요하시냐"고 묻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네바다주립대(UNR) 의대생 제이드 파웰(20)씨가 지난 13일(현지 시각) 처음 시작했다. 사재기 손님이 몰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수퍼마켓 한복판에서 식자재와 생필품 등 노인 손님들이 부탁한 물건을 대신 사서 대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파웰씨와 대학 친구들의 활동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미국 전역에서 "나도 쇼핑 천사가 되고 싶다"는 문의가 파웰씨에게 쏟아졌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쇼핑 천사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기부하고 싶다'는 업체도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고등학생 샤이비 샤(15)는 친구들과 함께 손 세정제, 마스크 등 여러 물품을 모아 만든 '위생 키트' 150개를 노숙자 쉼터에 기부했다. 기부 운동을 미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도 시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해변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규모 휴교 사태로 급식을 먹지 못하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난 17일부터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매출이 급감해 영업이 어렵지만, 점주들끼리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논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한다.
직원 월급을 주기 어려워 영업시간까지 줄이는 음식점들에 '통 큰 팁'을 남기는 손님들도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90.12달러(약 11만원) 식사를 한 손님이 9400달러(약 1200만원) 팁을 두고 갔다. 영수증에는 "직원들을 위해 팁을 받아주세요"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팁이 수입의 대부분인 음식점 직원들을 위한 배려였다. CNN은 "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고 있다"며 "난세(亂世)에 난 영웅들"이라고 했다.
[이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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