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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17세 소년 마지막 길… 할머니는 꼬깃꼬깃 5만원을 함께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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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쯤 경북 경산 갑제묘원에서 정모(17)군의 장례식이 열렸다. 정군은 지난 12일 고열 증세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 감염이 의심돼 입원 치료를 바로 받지 못하다 지난 18일 사망했다.

조선일보

급성 폐렴으로 사망한 고교생 정군의 할머니가 21일 경북 경산 갑제묘원에 안장된 손자의 묘지석을 쓰다듬고 있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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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례식에는 정군의 부모와 삼형제 중 둘째 형(22), 정군이 다니던 경산 사동성당의 지인 등 1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사람이 많으면 코로나 감염 우려가 있어 추모객을 제한했다. 정군의 유골함은 어머니 이모(51)씨가 안고, 영정은 둘째 형이 들었다.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한 큰형은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동생이 즐겨 부르던 성가 '꽃'을 부르다 목이 멘 듯 "거기서는 아프지 마라"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우리 아들, 엄마 길치인 거 알지? 엄마가 네 곁으로 갈 때 마중 나와줘야 해"라고 했다.

가족들은 정군의 유골함에 마지막 선물을 얹었다. 군 장병인 둘째 형은 "네가 자랑스럽다고 해 준 모습을 보여주려고 군복을 입었다"면서 군용 배지를 넣었다. 형을 따라 한국해양대학교에 들어가 해군 ROTC가 되고 싶다던 정군을 위한 선물이었다. 정군의 할머니와 외할머니는 5만원 지폐를 한 장씩 얹었다. 유골함을 묻던 묘원 관계자들은 "노잣돈은 묻지 않는다"고 했으나 두 할머니가 "내 강아지 밥이라도 멕여야 할 거 아니냐"며 울먹이자 더는 말리지 못했다.

이날 장례식의 관 제작비 등은 경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전액 지원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똑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버지 정씨는 "아들을 사랑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정부가 코로나 사각지대 환자들도 지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경산=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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