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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라임 金회장, 술자리서 "美로 뜬다"… "제보 받고 경찰, 가까스로 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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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작년 1월 술자리서 "내일 뜬다"… 제보받고 부랴부랴 출금

경찰, 세 차례 구속영장… 金, 법원 영장심사 직전에 잠적

금감원 조사 이후에도 기업 사냥… 도주 직전까지 500억대 횡령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배후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작년 1월 경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를 시도했던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는 김 전 회장이 자신이 인수한 수원여객의 회사 자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된 직후였다. 경찰은 모 인사의 제보로 긴급히 출국 금지를 신청했으며, 몇 시간만 더 지났으면 김 전 회장의 미국 도피를 막지 못했을 뻔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김 전 회장은 그로부터 1년 만인 올 1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도피해 버렸다. 김 전 회장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져 작년 10월 금감원이 조사를 마친 이후에도 '기업 사냥'을 통한 횡령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을 비호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강남 룸살롱서 "내일 미국으로 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1월부터 김 전 회장은 증권사 출신 A씨와 같이 인수한 수원여객의 자금 16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앞서 2018년 3월 수원여객을 인수할 때 김 전 회장과 A씨를 연결해 준 사람은 라임 사태 개입 의혹을 받는 금감원 출신 김모(46)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작년 1월 21일 서울 청담동의 '텐프로 룸살롱'에서 금융 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자신의 도피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내일 미국으로 뜬다'며 비행기 예약까지 마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은 수원여객 측이 김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날이었다.

김 전 회장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끝난 뒤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술자리 동석자 중 한 명이 경찰에 이를 제보했고 경찰이 뒤늦게 출금 신청을 해 김 전 회장은 그대로 되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고소 접수 이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차례는 검찰이 보강 수사를 지시하며 기각했고 지난해 12월 세번째 영장을 검찰이 청구했지만, 김 전 회장은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에 세 차례 불출석했다. 올 1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김 전 회장은 이미 잠적한 뒤였다. 경찰은 "정범인 A씨가 이미 해외 도주한 상황에서 횡령 자금 계좌 추적 등 수사에 다소 시간이 걸린 것일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두바이·베트남 등의 국제 번호로 측근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외 도피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경찰은 뒤늦게 김 전 회장이 자주 찾았던 청담동 '텐프로' 서너 곳에서 잠복하며 김 회장 동선(動線)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직전까지 500억원대 횡령

금융 당국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 1월 13일 김 전 회장의 스타모빌리티에 19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자금은 작년 10월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서 나왔다. 가입 금액 939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이미 손실률이 50%에 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투자를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월 14일 투자 금액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알게 된 스타모빌리티 측은 1월 18일 김 전 회장이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했다며 그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 자금을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실소유주인 코스닥 상장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통해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하고 두 달 뒤 웃돈 60억원을 얹어 보람상조에 되팔았다. 김 전 회장이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친분을 과시하거나, 점심 식사 자리에 여권 국회의원을 대동했다는 말 등이 그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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