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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신재민 前사무관 "세계잉여금으로 론스타 배상금 내려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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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한 저서서 밝혀 "추경 편성으로 더 검토 안 해"

조선일보

신재민〈사진〉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국회를 우회하기 위해 세계잉여금(세수 중 쓰고 남은 돈)으로 론스타 소송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말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와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강요 의혹을 제기했던 신 전 사무관은 최근 발간한 책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12년 말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의 방해로 외환은행을 제때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냈고,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2018년 정부가 판결이 날 것에 대비해 최대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상금을 별도의 예산 편성 없이 세계잉여금으로 물어낼 수 있는지 검토했다는 것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론스타 ISD 배상금을 세계잉여금으로 상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상급자로부터 '부총리(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지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결정돼 세계잉여금을 추경 재원으로 사용되게 되면서 이 사안에 대해 더는 검토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책에서 이 사안을 언급한 뒤 "편법적인 국가재정 운용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신 전 사무관은 책 전반에 청와대와 국회,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를 생각하는 선한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정 운영의 방식이 문제였다"며 "그 문제적 방식은 지난 정권이나 이번 정권이나 같았다"고 썼다.

그는 또 "해외 출장 때 사무관에게 비데를 챙기게 한 간부" "업무시간 직원을 동원해 이사한 간부" "자신이 나간 테니스 대회에서 직원을 응원단으로 동원한 간부" 등 기재부 간부들의 갑질 사례를 꼬집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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