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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홀몸노인들에게 ‘사랑의 도시락’을 전해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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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하남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

코로나 여파로 복지관 운영중단 후 한달 넘게 도시락 만들어 전달

광주지역 무료급식소 27곳도 홀몸노인 2500명의 도시락 챙겨

동아일보

광주 광산구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달 12일부터 경로당이 폐쇄돼 집에 머물고 있는 노인가구 17곳에 매주 조리한 도시락을 전달하며 안부를 전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외계층을 챙기려는 각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광주 광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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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 광주 광산구 우산동 하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경로식당.

사회복지사 등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조리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3시간에 걸쳐 잡곡밥을 짓고 동태찌개, 미역줄기 볶음, 닭 간장조림 등을 요리해 도시락 용기에 담았다. 정수미 사회복지사(45·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접촉을 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집에 머무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했다.

박종민 하남종합사회복지관장(52) 등 직원 20여 명은 하남주공1단지 아파트에 사는 홀몸 노인 130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도시락을 전달했다. 홀몸노인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경로식당이 문을 닫아 끼니를 거를까 걱정했다. 그런데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을 받아 들고 보니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지난달 5일부터 복지관과 경로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끼니를 거를 수 있는 홀몸노인들에게 햇반, 라면, 젓갈 등을 4일 동안 제공했다. 하지만 노인들이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손수 조리한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남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달 10일부터 월, 수, 금요일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도시락 음식 조리부터 포장, 배달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매달린다. 홀몸노인 대부분이 영구임대아파트인 하남주공1단지에 살아 배달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한달 넘게 이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박종민 관장은 “홀몸 중년 남성들을 위한 1500원짜리 도시락 100여 개도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어려움에 처한 소외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무료급식소 27곳은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소가 문을 닫자 홀몸노인 2519명에게 대체식과 도시락을 전달하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광주지부는 20일 광주 동구 산수시장 노점상과 홀몸노인 50명에게 찰밥을 건넸다. 광주지부는 1997년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봉사단체로, 회원 350명이 내는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1998년부터 홀몸노인 80명에게 무료 도시락과 소외계층 120명에게 1000원 밥상을 제공했다.

광주지부도 지난달 6일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무료도시락과 1000원 밥상을 중단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홀몸노인들이 찾아와 언제부터 1000원 밥상을 주는지를 묻곤 했다. 광주지부는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찰밥을 지어 제공했다.

이금지 맑고 향기롭게 광주지부 운영위원장은 “산수동은 노령인구가 많은데 1000원 밥상을 다시 차리는지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를 차려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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