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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의대생 2학기 등록만 하면 진급… ‘부실 교육’ 문제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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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2024.5.31 뉴스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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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시작을 마지막까지 미뤄온 조선대 의대가 오늘 개강하면서 전국 40개 의대 모두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다른 대학들은 1학기를 마친 시기에 의대만 수업하는 이유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의대생들의 복귀를 설득하며 개강을 최대한 늦춰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학기가 지나도록 의대생들이 돌아올 움직임이 없어 집단 유급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1학기엔 유급된 예과 1학년 3000명에 증원된 신입생까지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중 의대생 유급 방지를 위한 비상 학사 운영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1학기에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아 F학점을 받은 학생도 유급 없이 2학기 때 밀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본과 1학년 기준으로 의대 1학기 수업시수가 약 400시간, 2학기는 570시간이 넘는다. 총 970시간이 넘는 수업을 한 학기에 몰아서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지적이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의대 교육이 부실해지든 말든 유급만 모면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이 놀랍다.

집단 유급을 막더라도 급격한 증원에 따라 의학 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18년 서남대 의대 폐교 후 전북대와 원광대 의대가 그 정원 49명을 나눠 받아 입학정원이 22∼29% 늘어나자 의대생과 학부모들이 교육 환경이 열악해졌다며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올해 입시에서는 정원이 동결된 서울의 8개 의대를 제외한 32개 지방 의대 정원이 73% 늘어난다. 국립대 의대는 정부가 지원한다지만 사립대는 자력으로 교수 뽑고 시설 확충해야 하는데 15년간 등록금 동결로 여력이 없는 상태다. 제대로 교육할 여건이 안 되면 정원 늘린다고 안심하고 몸 맡길 의사가 그만큼 늘긴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점진적으로 한다. 일본은 2017년까지 10년간 23%를 늘렸다. 급격히 증원하면 국민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교육과 수련 인프라가 붕괴할 위험이 있어서다. 그런데 정부는 의대 증원부터 해놓고 교육 여건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계산하고 있다. 두서없이 밀어붙이다 의학교육에 회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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