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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무려 20시간… 초등생이 '공부 영상' 찍어 올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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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 초등학생이 하루 동안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해 찍은 사진.


"3개월째 '공스타그램' 중이에요. 매일 공부한 시간과 내용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정민(가명)양이 말했다. 공스타그램은 '공부'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장면이나 학습 내용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이양은 공부 시간을 인증하고 또래와 소통하며 학습 동기를 부여하려 공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는 "덕분에 일주일에 세 번, 하루 10시간 이상씩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험생들이 즐겨하던 '공부 인증'에 초등학생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 공부 시간과 내용을 인증한다. 또래와의 소통을 위해 제목과 해시태그에는 '09년생' '초 6' 등을 단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초 6의 20시간 공부 타임랩스(Time Laps·영상을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 보여주는 기법)'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새벽 한 시에 일어나 문제집을 풀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시간이 흘러 책상 위에 놓인 시계가 20시간 달성을 알리자 공부도 마무리된다. 해당 영상에는 '동갑인데 반성하고 간다' '영상보고 자극받아서 오늘 10시간 공부했다' 등 3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공스타그램은 초등학생들에게 학습 자극제 역할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김다혜(대구 수성구)양은 "스터디 플래너 사진을 보면서 목표한 시간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학습한 내용이 별로 없으면 '내일은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6학년 김모양은 "하루라도 게시물을 올리지 않으면 사람들이 '왜 인증을 안 하느냐'는 댓글을 단다. 시선이 신경 쓰여서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집중력 높이는 법, 필기구, 학습지 등 학습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초등학교 6학년 차현채(강원 춘천)양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집중력을 높이려면 책상에서 방해요소를 없애야 한다는 팁을 얻었다"며 "과목별로 어떻게 공부해야 효과적인지도 서로 묻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공스타그램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좋아요' 수에 치중해 보여주기식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초등학교 6학년 배모(충북 충주)양은 "게시물에 집착하다보니 플래너를 쓰고, 사진을 찍어 편집하는 데 기본 40분 정도 허비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할 시간에 문제를 하나라도 더 푸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또한 초등학생 때부터 학습량에 치중하는 모습이 또래에게 성적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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