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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육아엔 정답 없어…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건 비싼 장난감 아닌 '관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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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눈높이 육아로 주목받는방송인 샘 해밍턴

샘 해밍턴(43)은 '국내 1호 외국인 개그맨'이다. 2002년 데뷔해 10여 년간 예능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랬던 그가 주무대를 집 안으로 옮겼다. 방청객은 연년생 두 아들, 윌리엄과 벤틀리. 둘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샘 해밍턴은 3단 변신 로봇이 됐다가 댄서로 변신하고 또 악당이 된다.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과 육아는 비슷해요. 무대에서 개그를 하면 방청객 반응이 바로 나오잖아요. 아이들과 놀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때그때 반응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빼요. 이제 다른 방청객은 몰라도 윌리엄과 벤틀리만큼은 한시 간 동안 '빵빵' 터뜨릴 자신 있어요."

최근 서울 연희동에서 만난 샘 해밍턴이 그간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육아 노하우를 풀어냈다.

조선일보

최근 서울 연희동에서 샘 해밍턴을 만났다. 그는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소중하다”면서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을 최대한 아이들과 함께 보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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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몸으로…'아빠표 놀이공원' 개장

샘 해밍턴은 네살, 다섯살 된 두 아들과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이다. 방송에 나온 그의 눈높이 교육을 10분 남짓으로 압축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00만회를 기록할 만큼 인기다.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샘 해밍턴은 초보 아빠들에게 각종 육아 노하우를 전달하는 책 '샘 해밍턴의 하루 5분 아빠랜드'를 내놓았다. "육아에서 특히 자신 있는 분야는 놀이예요.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놀며 교감하려 해요."

아빠표 놀이공원을 개장하는 데 거창한 준비물은 필요하지 않았다. 책과 베개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면 충분했다. 그는 아이들과 책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놓고 쓰러뜨리는 '책 도미노 게임'을 하거나 줄자로 인형의 길이를 재면서 '장난감 신체검사'를 했다. 아빠의 몸도 훌륭한 놀잇감이었다. 아이가 아빠 등에 올라탄 뒤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익스트림 로데오(길들이지 않은 소를 탄 채 버티거나 길들이는 경기) 게임'이 그러한 예다.

"아이들과 놀 때는 아빠 역할은 잠시 내려놓고 동갑내기 친구로 변신해요. '오버액션'도 필수예요. 어색하고 민망해도 과장된 몸짓으로 리액션을 최대한 크게 해요. 중간중간 '그렇지!'라며 추임새를 넣고 잘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면 아이들이 더 신나게 놀 수 있어요."

샘 해밍턴은 평상시 대화를 통한 정서적 교감도 활발하게 나눈다. 대화 도중 자녀가 말하는 내용을 분석하거나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칫하면 자녀가 볼 수 있는 세상이 좁아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윌리엄과 낮과 밤, 육지에 사는 동물과 물에 사는 동물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아이가 하는 말에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지적하려 하지 않아요. 그런 부분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자녀가 알려준 답만 말하는 로봇이 아닌 세상을 넓게 보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예요."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친구 같은 아빠'에 가깝지만 훈육이 필요한 순간에는 엄격하다. 다만 소리지르며 혼내는 방식보다 스토리텔링을 적극 활용한다. 새 장난감만 찾는 아들의 버릇을 고치려 기존에 갖고 놀던 장난감들이 가출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그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맞춘 훈육 방식"이라고 했다. "잠을 안 자는 아이에게 '지금 자지 않으면 내일 피곤해'라는 얘기는 먹히지 않아요. 아이가 늑대를 무서워한다면 '늑대는 늦게까지 안 자는 아이를 찾아온다'고 말하는 편이 나아요.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캐릭터, 동물 이야기면 아이들은 더 빨리 이해하고 잘 설득돼요."

자녀를 둔 부모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이의 성장에 기뻐하다가도 다른 부모에 비해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샘 해밍턴은 "육아에 정답은 없다"며 "누군가를 기준으로 삼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육아를 잘하는 사람 100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100가지의 답변이 나와요. 그리고 모든 부모는 다 실수를 겪어요. 다만 비공개적으로 실수할 뿐이죠. 인터넷에 올라온 글, 텔레비전에 보이는 부모들의 모습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면 그게 정답이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물었다. "집에 가서 두 아들과 레고를 조립하고 같이 책도 읽을 거예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잖아요." 그는 다시 슈퍼맨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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