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거버넌스’ 펴낸 윤석민 교수… 신뢰상실 위기 문제의식서 출발
실천규범, 사회현상-가치 고민한뒤 취재강령 이상의 원칙 세워야
20일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미디어 거버넌스’를 들고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규범이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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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 시스템이 상업 논리와 파당적 진영 논리에 빠져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의 첫걸음은 미디어의 ‘규범적 가치’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최근 ‘미디어 거버넌스’(나남)를 펴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57)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실천적 규범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IBK커뮤니케이션센터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천적인 규범은 언론만이 스스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929쪽 분량의 이 책은 그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설계도라고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 언론은 심각한 신뢰 상실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책을 쓴 계기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진영 갈등에서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 매체들도 진영으로 나뉘어 한쪽의 기사는 다른 쪽에서 볼 때 보도가 아닌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그동안 이른바 ‘언론개혁’ 움직임이 정부나 여당, 시민사회 중심으로 언론 외부에서 진행된 적이 있지만 특정 정치이념을 과도하게 따르려 했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가 말하는 미디어 규범은 기본적인 취재의 실무와 취재윤리 교육의 “긴밀한 결합”이다. 이제 구체적인 완성을 찾아가는 단계로, 책에서 초안 성격의 ‘프로토 타입’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규범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자 등 언론 종사자들이 공론의 장에서 만나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천적인 미디어 규범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등 사회 여론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갈등을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코로나19처럼 상황이 시시각각 변할 때 무엇이 최선의 사실 보도인가’와 같이 사회 현상과 거기에 깔려 있는 본질적인 사회의 가치(민주주의 등)를 함께 고민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공정성과 사실성 등 올바른 가치를 미디어 종사자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취재 강령 이상의 내면화된(몸에 새겨진) 원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미디어 규범은 언론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만 사회도 그에 발맞춘 변화가 필요하다고 윤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책 제목을 미디어 ‘거버넌스(공동의 노력)’로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교수는 “진영 논리로 언론 매체들이 갈라져 있는 현실에서 학계가 미디어 종사자들이 규범을 위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와 함께 거버넌스가 필요한 미디어의 주요 영역을 △공영방송 △평화통일 △다원성 △포털 △가짜뉴스 △미디어 정책 △글로벌 플랫폼 △인공지능(AI) 등 9가지로 제시했다.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윤 교수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100년이 넘은 세계 주요 언론은 디지털 혁신이 당면한 주요 과제다. 하지만 독자의 신뢰를 담보하지 않은 기술적 발전은 주변적인 성과에 그칠 뿐이고 앞으로 100년의 성패는 본질적인 미디어 규범의 정립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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