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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학 미충원 비상]③"교사 5분 보러 1시간 대기"…교수님은 영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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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충원 위해 `영업사원` 자처하는 대학교수들

교수평가에 유치실적 반영해 울며 겨자먹기로 홍보

지방대에겐 고등학교 교사가 `甲` 된 지 오래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선생님들이 수업 끝내실 때까지 1시간을 기다려도 5분을 채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데일리

18일 서울 용산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에 출근한 한 교사가 대입 상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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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A사립대 교수 김민석(51·가명)씨는 수시·정시 원서 접수 철이 다가오면 명함과 입학 자료들을 한가득 챙겨 연구실을 나선다. 학교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접 고등학교를 돌며 입학 홍보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 곳이라도 더 들리려 강원도, 경기도, 전라도, 충청도 등 지역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며칠간 숙박도 불사한다.

하루 10곳도 넘는 학교를 돌며 김 교수가 3학년 부장교사를 만나 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남짓. 그나마도 곧바로 교사를 만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수업이 끝날 때까지 주구장창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교무실 앞에 붙어 있는 `대학 관계자 출입금지` 안내문에 자괴감을 느낄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학생 충원난에 영업사원 자처하는 교수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충원난에 허덕이자 대학 교수들이 직접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재임용과 승진심사에 반영되는 교수평가에 충원율이나 고등학교 방문 횟수 등을 반영하는 탓에 원치 않더라도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교수들이 적지 않다.

특히 충원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대일 수록 교수들의 신입생 홍보는 더욱 치열하다. 22일 이데일리가 종로학원하늘교육으로부터 입수한 2020학년도 4년제 대학 205곳의 미충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체 미충원 인원 9675명 중 85%인 8255명이 지방소재 126개 대학에서 충원하지 못한 인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소재 42개교의 미충원 인원은 전체의 4.9%(479명)에 불과했다.

경북 B사립대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피부에 와닿게 느끼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고등학교를 들리는 것 외엔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교사·교수 갑을관계 바뀐 지 오래

교수들의 신입생 유치전이 치열해지다보니 고등학교 교사가 대학 교수보다 갑이 된 지도 오래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학생 선호도가 낮은 지방대학의 경우 교사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다. 한 지방대 교수는 “교사들을 만나도 진학·지도로 바쁘다며 오래 이야기하길 꺼린다”며 “그나마 같은 지역 학교는 얼굴이라도 익혀놔 커피 한 잔이라도 내어주지만 다른 지역에선 인사치레만 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 입장에선 입시철이면 매일 같이 이어지는 교수들의 방문에 부담감을 느낄 정도다. 경남 지역의 한 고교 3학년 부장 교사는 “너무 많은 대학에서 오다보니 교무실에는 언제 받았는지 모를 명함이 수북하다”며 “학생 수요가 적어 현실적으로 개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안할 정도로 입학 설명회 등을 부탁할 때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교수들에겐 당장 신입생 모집 실적에 따른 교수평가뿐 아니라 충원난에 따른 학과·학교의 존폐 문제도 걱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학과 폐지는 물론 학교 전체의 생존도 보장을 못하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본격적인 학령인구가 감소되면 지방대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교육당국은 지방대 상황에 맞는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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