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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CCTV 감시장비로 다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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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감축 대응 과학화장비 확대…부대경계 무인시스템 의존도 높아져

동물이 건드려도 '경보음'…잦은 경보음에 부대 무감각·피로감 증가

연합뉴스

전방 철책에 설치된 광그물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최근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침입 사건으로 전·후방 부대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을 일제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화 감시장비가 줄어드는 병력을 보완해 침입자 경계·감시에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장비 성능이 떨어지는 순간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은 철조망에 부착된 센서와 감시카메라(CCTV), 지휘통제실의 모니터 등으로 구성된다. 최전방 GOP(일반전초)를 비롯한 전·후방 부대에 과학화 감시장비가 확대 설치되고 있다. 상비병력이 오는 2022년 말까지 50만명으로 감축되므로 과학화 감시장비 소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 과학화 장비 군의 '눈과 촉수' 역할…'허탕 경보음' 잦지만 제대로 운용해야

2006년 전방 5사단 지역의 GOP 경계방식을 과학화 경계경계 시스템 체제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해 과학화 감시장비는 이제 많은 군부대에서 '눈과 촉수'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은 철책이나 철조망 상단에 일정 간격으로 센서가 달린 광망(케이블) 또는 광그물망을 설치하고, CC(폐쇄회로)TV 감시카메라를 다는 방식이다. 철조망 주변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자동으로 감지해 부대내 지휘통제실 모니터로 신호를 보내준다.

감시카메라가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거나 물체가 철책 또는 철조망에 부착된 센서에 접촉되면 지휘통제실 모니터에 팝업창 형태로 뜨고 즉각 경보음이 울린다. 모니터 앞에는 24시간 교대로 화면을 지켜보는 감시병이 배치된다.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감시병 2명이 70여개의 모니터를 쳐다보며 근무한다.

과학화 감시장비는 기본적으로 무인 경계시스템에 가깝다. 비록 지휘통제실 모니터 감시병이 있지만, 부대 또는 감시초소 밖의 상황을 감시하는 것은 CCTV 감시카메라이기 때문이다.

광망 또는 광그물이 설치된 철책을 동물이 건드려도 경보음이 울린다. 민간인 거주지역 근처에 이런 시스템을 설치했다면 접촉 횟수가 많아 경보음은 더 자주 울린다. 이처럼 과학화 감시장비의 기능과 운용체계가 만능이 아니라는 데 군은 딜레마에 놓였다.

경보음이 울려 실제 침입자나 침입을 시도한 사람을 붙잡으면 잦은 경보음은 제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침입 시도가 아닌 단순 접촉 경보음이 울릴 때가 문제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식의 경보음이 잦다 보면 부대는 무감각하게 되고, 피로감이 쌓인다.

실제 이런 경보음을 듣고 '5분대기조'가 즉각 출동하면 허탕을 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탕 경보음'이 잦다 보니 아예 경보음 장치를 꺼놓거나 소리를 줄여 근무하는 사례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 민간인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할 때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 국방부·합참·각군본부, 후방부대 제대로 챙겼나…병사만 더 힘들어질 듯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을 불러들여 이번 제주·진해 해군기지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방공진지 민간인 침입 사건을 계기로 감시병 및 감시장비 운용체계 전반을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주문했다.

정 장관은 "CCTV 감시병이 가장 효율적으로 감시 가능한 CCTV는 몇 대인지, 근무 교대조 편성과 근무 시간은 적절한지 등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아무리 고성능의 과학화된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결국 초병·상황병·감시병 등 현행작전 병력이 상황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지시에 따라 각 군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감시병 근무자 수를 늘리거나 교대 시간 및 순찰 시간 단축 등 단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는 간부보다는 '병사만 더 쥐어짜는 근무체계'가 시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일각에서는 그간 국방부와 합참, 각 군 본부가 후방부대에 대한 감시장비 확충 및 경계태세 운용 인력과 예산 등을 제때, 적절하게 지원해줬는지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실 후방부대는 전방부대에 번번이 우선순위가 밀렸다.

고성능 감시장비뿐 아니라 간부든 병사든 장비 운용 인력을 보장해 주고, 감시장비 및 지휘통제실 운용 매뉴얼도 확실하게 정립하도록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합참은 일단 일선 지휘관들이 대책을 마련하면 불시에 점검하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놨는데 이것으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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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과학화 경계시스템 장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 병력 줄고 감시장비 증가 '부조화 현상'…대책 마련 일선 지휘관의 몫?

현재 상비병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어 감시병을 늘리는 것도 한계는 있다.

군은 작년 상비병력 2만여명 감축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에도 계획된 2만4천여명을 줄일 계획이다. 대신 간부 및 군무원은 지속해서 늘리고 있는데 이들을 '감시병'으로 활용할 것 같지는 않다.

계속되는 저출산 영향으로 2017년 35만명 수준이었던 20세 남자 인구가 2022년 이후에는 22만∼25만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이후에는 연평균 2∼3만명의 현역 자원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육군 기준으로 현행 21개월인 병사 복무기간이 줄기 시작하면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 단축'이 완성되면 병역자원 감소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비병력 감축은 부대구조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지형 특성상 해안 경계를 위해 촘촘히 배치해놓은 해안 초소가 폐쇄되거나 통폐합되고 있다. 병사 복무기간 단축으로 병사들이 군에 머무르는 기간이 줄어들고, 병력 감축까지 진행되면서 말단 해안 초소뿐 아니라 군단 및 사단급 부대 개편도 불가피해졌다.

육군은 오는 2025년까지 총 2개 군단을 해체한다. 최근 2년간 해체된 것까지 합쳐 모두 6개 사단이 없어졌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군단은 8개, 사단은 39개였지만, 오는 2025년이면 군단 6개, 사단 33개로 유지된다. 육군 병력도 2018년 말 48만3천명에서 2025년이면 36만5천명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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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감시장비 해상 야간경계(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지난 16일 술 취한 민간인이 침입한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도 3월 말 폐쇄될 예정이었다. 예비기지 성격이 강했던 이 진지는 중위가 책임을 맡고 있다. 곧 폐쇄될 진지가 뚫렸으니 억울할 법도 하다.

해군도 중·대형 함정과 잠수함 등이 계속 건조되면서 3천여명의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아우성친다. 이러니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의 감시병을 더 늘일 여유도 없다. 제주 해군기지가 뚫린 날 지휘통제실 책임자는 중사 진급을 앞둔 하사였다.

정 장관은 지난 17일 각 군에 내린 '장관 지휘서신 10호'를 통해 "각급 제대 지휘관들은 초소 경계병과 CCTV 감시병 등 경계 작전 병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개선사항이 무엇인지 작전의 효율성, 근무 인원의 피로도 등을 고려해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감시할 병력은 부족해지고, CCTV 감시장비는 계속 늘고 있는 '부조화 현상'에서 '뚫리지 않는 방책' 마련이 일선 지휘관만의 몫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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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지휘관들과 화상회의 하는 정경두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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