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없이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꼼수의 씨앗'
먼저 만든 통합당…비례한국당 거부되자 미래한국당
비례정당 비판한 與도 참여…'시민을 위하여'와 연대
지난달 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이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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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비례대표 전용 정당’은 여야의 적절한 합의 없이 통과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가 때문에 만들어졌다.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살펴봐야 한다. 정당득표율이 의석수 배분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의 지역구 의석수를 확보하기 쉬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정당에 불리하다. 종전에는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획득한 정당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도 차지할 수 있었으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이 많으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
거대정당으로서는 지역구 선거는 자신들의 후보를 뽑아주고, 비례대표 선거(정당투표)는 자신들이 만들었거나 혹은 참여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에 투표하도록 유권자를 유도하면 종전처럼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비례대표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선거에서의 사표 방지 및 소수정당 국회 입성을 활발하게 하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는 퇴색된다. ‘꼼수정치’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대표 위성 정당을 먼저 시작한 것은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이다. 처음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했던 통합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이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끝내 강행표결 처리하자 “악법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라며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다. 미래한국당은 최초 ‘비례한국당’으로 당명을 지었다가 거부돼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미래한국당과 통합당은 독립된 정당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자매 관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 미래한국당의 대표는 전 통합당 의원이었던 한선교 의원이 맡았다. 또 미래한국당으로 건너간 의원 대부분도 통합당 출신이다. 아울러 미래한국당 출범식에는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해 힘을 실었다. 독립된 정당인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최근 비례대표 공천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도 이들이 자매정당 관계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한국당을 ‘꼼수’라고 맹비판해왔던 민주당 역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다. 민주당은 명분을 만들기 위해 당원투표도 했다. 수차례 비례정당 참여는 없을 것이라 했던 민주당은 통합당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을 바꿨다. 참여과정도 잡음이 크다. 민주당은 최초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 운동 원로가 주축인 ‘정치개혁연합’과 손을 잡을 듯 했으나 결국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 등 강성 친문(친문재인) 조직이 주축인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후안무치다. 이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 통과에 힘을 모았던 정의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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