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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대부분 DLS 낙인 터치, 1조원 허공으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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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더하면 미상환금액 훨씬 늘어나

2016년 H지수 사태 반복 우려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국제 유가가 20달러 턱걸이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다수 원유 파생결합증권(DLS)가 원금 손실(낙인·knock in) 구간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상환잔액 규모가 최소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여 투자자의 주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

◇ 유가 20달러 턱걸이, 미상환금액 최소 1조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전날 공모 펀드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미상환 DLS 규모는 9219억원, 브렌트유 미상환 DLS는 5367억원이다. 두 지수 모두 기초 자산으로 삼는 DLS가 있어 중복 집계된 것을 감안해도 미상환 규모는 최소 1조원 규모다. 여기에 사모 펀드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훨씬 더 늘어난다.

문제는 대다수 미상환잔액이 남아 있는 원유 DLS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원유 DLS는 기준가격의 약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이달 들어 WTI는 18일 기준 배럴당 20.37달러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DLS 만기는 2~3년 가량으로, 그 사이 WTI는 40~70달러 사이였다. 최근 3년 사이 최저가는 2018년 12월 24일 42.23달러였다. 즉 그 기간 동안 발행한 DLS 대부분이 하한 베리어를 터치했다는 의미다. 18일 기준 24.88달러까지 추락한 브렌트유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기 상환 실패=투자금 손실’은 아니다. 향후 중간기준가격 결정일 또는 최종기준가격 결정일에 각 기초자산의 종가가 약속된 가격 이상으로 상승하면 원금 및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조기 상환을 원하는 투자자로선 자금이 묶일 수 있고, 저유가가 지속되다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데일리

제공=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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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도 곡소리…“고객 문의 빗발”

DLS를 발행한 증권사들도 초조한 상황이다. 상품이 낙인 구간에 진입했음을 투자자에게 안내하는 등 사태 대응에 힘쓰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투자자의 불안함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깜짝 놀란 투자자 달래기로 하루를 보낸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업계에선 ‘H지수 사태’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2015년 중국증시 급락으로 홍콩H지수((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가 반토막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연계증권(ELS)을 발행한 한화투자증권이 2100억원, NH투자증권이 1800억원 등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는 손실에 대비해 발행자금을 헤지 자산으로 운용한다. 국공채, 회사채, 예금 등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자체 헤지와 외국계 금융기관과 거래를 맺어 위험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백투백 방식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극심한 변동장인 데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경계도 모호해진 현 시점에선 증권사도 손 쓰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당시와 달리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그 정도의 타격을 받진 않을 거란 추측도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손실 여부는 증권사별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만, 상황별로 다양하게 헤지를 하는 요즘이라면 조금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당분간 유가 전망은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감산이 이뤄지더라도 수요 정상화가 선행돼야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속 정유제품 수요 위축이 지속되는 한 감산 효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우세”라면서 “엄청난 규모 감산이 아닌 이상 당장 ‘초저유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사우디 아라비아나 러시아의 증산 등이 지속되면 원유 재고는 6억7000만 배럴까지 증가해 WTI는 배럴당 1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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