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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유가 폭락에 원유DLS 1조 폭탄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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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에 ‘녹인(손실가능구간)’ 진입 속출 우려↑

발행물량 1조원 가운데 현재 60%이상에서 손실 가시화

산유국 치킨게임·코로나 사태로 배럴당 10달러대 전망까지

만기 남아 하반기 반등 전망…원금회복 실낱 기대감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20달러까지 떨어지면 대부분의 원유 DLS가 ‘손실가능구간(녹인, Knock-in)’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1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떨어진 20.3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만의 최저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4.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DLS 상품의 손실도 눈앞에 닥쳤다.

원유 DLS는 매일 WTI와 브렌트유의 정산가격을 기준으로 '녹인' 여부를 확정한다. 기초자산이 2개 또는 3개인 DLS는 기초자산 중 1개라도 녹인이 발생하면 전체가 원금손실가능 구간으로 들어선다.

국내에서 발행된 원유 DLS들은 대부분 지난해 발행된 물량으로, WTI 기준으로 60~65달러선 안팎에서 판매됐다. 원금손실가능구간이 발행 당시 유가의 45~55%선임을 감안하면 상당수 원유 DLS들의 녹인은 20달러 후반에서 30달러 초반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공모 원유 DLS 발행잔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발행된 원유 DLS 중 5311억원의 '녹인' 배리어(손실구간진입 유가 수준)가 발행 당시 유가의 45~50%선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WTI가 26.95달러를 기록하면서 원유 DLS 발행잔액의 60% 이상에서 원금손실이 가시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준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증권사별 원유 DLS 상품은 한국투자증권 28건(189억원), 삼성증권 14건(49억원), 미래에셋대우 11건(334억원), KB증권 2건(33억원), 하나금투 1건(3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유가의 끝없는 추락이다. 향후 더 많은 원유 DLS가 녹인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원유 DLS 상품은 대개 6개월에 한 번씩인 조기상환 시점이나 3년 만기 시점에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금뿐 아니라 약정된 수익률(연 5~7%)도 받을 수 있어, 만기 전에 녹인이 발생해도 바로 원금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유가 수준이 크게 떨어진 만큼 상당한 반등이 이뤄져야 원금회복이 가능하다. 현재로선 유가 반등 전망이 밝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으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추가 하락 뿐 아니라 저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배럴당 10달러대 시대 진입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유가전쟁을 끌고 가기에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제·정치적 부담이 크고,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도 발행잔액의 80% 가량의 만기가 2022년과 2023년에 몰려 있어 유가 반등으로 원금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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