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8일 여권 지자체장들이 주장해 온 재난기본소득 지원 방안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코로나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당·정·청(黨政靑)이 이날 일부 지자체가 펴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성격의 정책에 대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이나 재난긴급생활비에 대해 중앙 정부가 추후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코로나 피해로 인한 생활자금을 현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당·정·청 회의 후 브리핑에서 "지자체가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범 실시 과정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지자체가 우선 지원하고 추후 2차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안을 거론한 것이다.
그간 "재난기본소득 도입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국민적 파장을 고려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온 청와대도 최근엔 기류가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생계비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상은 셧다운 상태의 노동자"라며 "부가 집중돼 있는 재벌과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려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정·청이 얘기하는 재난기본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가 검토하는 것은 코로나 피해 계층에 일시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인데, 마치 누구나 계속 주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지급 횟수·대상에 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재난기본소득이란 용어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미국 정부는 17일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국민 1인당 최소 1000달러씩 현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명칭을 정하진 않았다. 미 언론은 이를 '현금 보조금'(cash assistance)으로 부르는데, 2001년 닷컴 거품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 번째다. 천재지변 수준의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시적으로 시행한 일시금 성격의 재난 지원금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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