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그런데도, 소수당들의 국회 진입을 돕겠다는 기치를 내건 비례연합당의 본질은 소수당 몫을 "빼앗는" 미래한국당과 다른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래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정치네트워크 시대전환이 비례연합당 가세를 결정한 것이나 민생당과 민중당이 참여 여부 결정을 앞둔 것이 주요 근거다. 정의당만 비례연합당이나 미래한국당이나 다 같은 꼼수라고 비판하며 불참했을 뿐, 원내 진입이 숙원인 정당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은 민주당에 어느 정도 명분을 쥐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각 당이 자기 간판으로 지지받은 만큼 의석을 얻는다는 선거법 취지가 퇴색된 것은 분명하고, 과소대표되어 왔다고 평가받는 정의당이 양당의 싸움 탓에 파이가 줄어 비례의석 수가 지금보다 외려 감소할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은 최대 역설이다. 통합당에 제1당을 내줄 수 없어 맞불을 놓게 됐다는 민주당이 비례연합당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7석 안팎 외에 추가 비례의석을 '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모순이다. 획득할 덤 의석이 없는데, 비례연합당 '불참' 시 통합당에 내줄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하는 다수당 지위를 어떻게 '참여'하는 것으로 막아 내겠다는 뜻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애초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비례후보를 내고, 당 밖 시민사회가 주도하고 소수당들이 참여할 비례연합당을 합법적 틀 내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면 될 일이었다. 연합당에 합류함으로써 자당이 주도한 선거법 개정 취지 방어망에 구멍이 뚫렸고 명분과 도덕적 우위를 가지고서 수미일관하게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공격할 입지를 상실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비례연합으로 당선된 이들은 이후 원래 속한 각 당으로 돌아가 각기 정당정치를 재개한다고 한다. 연합당은 이 점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일시적 이익연대일 뿐 정책과 가치 중심의 연합정치 세력도 아니다. 특히 이들 비례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친정으로 복귀하려면 정당이 해산되거나 제명돼야 하는데, 해산되면 비례연합 명부가 효력을 잃어 유사시 뒷순위 의원직 승계가 불가능한 만큼 비례연합당은 이들 의원의 '셀프 제명' 후 속칭 좀비정당으로 남는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민생당 전신인 바른미래당 시절 셀프 제명 후 탈당하여 이 당 저 당 흩어졌던 비례대표 의원 8명이 탈당 효력 정지 판결을 받은 것은 이 각본의 위험성에 경고음을 울린다. 앞으로 연합당에 가세한 소수당 간 비례후보 순번 결정도 난제로 남아 있다. 당선권이라고 여기는 17번 중 소수당들은 1∼10번으로, 민주당은 11∼17번으로 나선다는 분석이 있지만, 배분 기준부터 논란거리가 돼 그 말처럼 될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더 많은 의석을 욕심내면 분란이 일어날 소지도 다분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모든 혼선도 정리되고 결국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다. 원칙을 지켜야 승리가 값지고 패배해도 더 큰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명제의 입증 책임은 또다시 유권자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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