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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비례정당 이슈로 복잡해진 원내1당 셈법…국회의장 몫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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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저희가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못했다면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제도 개혁의 대역사는 만들기 어렵지 않았겠습니까.”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에 국회의장을 빼앗기는 시나리오가 4·15 총선과 관련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 배출 여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국정 운영 주도권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중앙일보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4ㆍ15 총선에서 당선돼 21대 국회의원이 될 경우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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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 이후 국회의장직을 확보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우리가 소수당이어서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추진이 되지 않지만,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1당은 단순히 의석수가 제일 많은 당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국회의장을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의 문제”라며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한 것은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꼼수에 맞서기 위해서지만, 그 이면엔 국회의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현역 여야 의원 중 4ㆍ15 총선에서 ‘생환’에만 성공한다면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꼽혔던 중진ㆍ다선 의원 상당수가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경선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민주당 이해찬(7선), 이석현(6선), 추미애(5선), 이종걸(5선), 원혜영(5선)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무성(6선), 정갑윤(5선), 원유철(5선), 정병국(5선) 의원 등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민주당에선 5선의 박병석 의원과 원내대표 출신의 4선 김진표 의원이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통합당이 1당을 차지할 경우엔 5선의 심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후보로 출마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주호영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5선 의원이 될 경우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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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15조는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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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자리로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한다. 통상적으로는 원내 1당 출신의 다선 의원이 맡아 왔다. 2016년 제20대 총선 뒤에는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122석에 그친 당시 여당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앞서 국회의장 자리(정세균 의장)를 가져갔고 새누리당은 그 대신 국회 본회의 직전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예산심의 실권을 쥔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자리를 챙겼다.

하지만 이는 관례일 뿐 명문화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 제15조는 국회의장 선출 요건으로 “재적의원 과반 득표”만을 명시하고 있다. 이때문에 실제로는 당대 국회의 여야 간 역학 구도에 따라 의장 배출 정당이 그때그때 달랐다.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에는 원내 3당인 자유민주연합 소속 박준규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당시 1당이었던 한나라당에 맞서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이 연립 여당을 구성해 힘을 모은 결과였다. 16대 국회에서도 원내 2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이만섭 의원이 1당인 한나라당 소속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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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의 임기는 오는 7일 만료된다. 총선 후 21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이 새로 선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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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뒤를 이을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선 여야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총선에선 거대 양당인 민주당·통합당 모두 비례대표용 자매정당이 생겼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 연합정당은 녹색당·미래당 등 군소 정당과 함께하는 연합체 성격을 띤다.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비례 정당 의석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1당의 기준을 놓고 여야 간 의견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총 의석수가 민주당 의석을 앞설 경우 이같은 문제는 현실화한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자신의 자매정당이라는 점을 앞세워 1당 지위를 주장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 역시 연합정당에 비례 의석을 몰아준 탓에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서로 다른 당이라고 말하기엔 솔직히 우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통상적 방식으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라 국회의장을 선출한다고 볼 때 민주당 입장에선 정의당과 민생당의 협조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의당·민생당은 민주당과 함께 범 진보·개혁 진형으로 묶이지만 최근 연합정당 참여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의장 선출 투표는 무기명인 탓에 정의당과 민생당에서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생당 한 의원은 "총선 후 민주당이 비례 연합정당 의석을 합산해 1당 지위를 주장한다면 비례정당을 직접 창당한 미래통합당과 다를 바 없는 '꼼수 정당'이 된다"며 "민주당의 비례 정당 참여는 결국 미래통합당이 아닌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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