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코로나 피해(CG)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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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이렇게 무너지고 싶지 않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타월 도매를 하는 50대 상인 이 모씨의 탄식이다. 돌잔치·회갑연 답례품은 물론 봄 야유회 선물로 인기를 끌던 타월 수요는 모두 사라졌다. 이 씨는 "33년간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지금이 최악으로 매출 90%가 날아갔다"고 털어놨다. 국제시장은 내외국인에게 인기있는 관광명소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물다. 이씨는 "매출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모두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60대 상인 이 모씨는 요즘 한복 한 벌 팔기조차 힘들다. 보통 이 맘때면 봄철 결혼식을 앞두고 한복을 맞추러오는 예비 신랑신부로 가게가 분주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체결된 계약들은 속속 깨지고 있다. 이 씨는 "계약금이라도 받아서 임대료, 봉제비, 자재비 등을 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구 서문시장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그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코로나19 지정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이 인근에 있다보니 인적이 끊긴지 오래다. 대신 '확진자로 가득찬 병원이라 지나가다가 병에 옮을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만 시장을 가득 메운다.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이후 두 달이 다 돼가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 실핏줄 역할을 하는 자영업자 548만명(지난해 기준)이 쓰러져가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이 '경제 중환자'로 전락했다.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코로나 병동이 생겨난 셈이다. 코로나는 자영업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돌잔치·회갑연 등이 사라지거나 연기됐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감염 위험으로 마지막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정지시킨 코로나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자영업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시내 A한식당은 최근 매출이 90%까지 줄었다. 그동안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한들 가족같은 직원 24명을 데리고 20년을 이끌어 온 한식집이다. 해외에서 온 손님을 대접해야 하는 경우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점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한 후 자부심은 '살고 싶다'는 절규로 바뀔 만큼 처절해지고 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A한식당 사장은 "하루 예약건수가 2~3건에 그친다"며 "매달 급여만 7000만원 정도 나가는데 월급 줄 돈도 없어 직원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되게 일한 직원들에게 그동안 돈을 많이 준 것도 아닌데"라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두렵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윤재 기자 / 심상대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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