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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U 또 이탈리아 버렸나…코로나19 시련에 중국만 손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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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사태 이어 방관…공동 재난구호기구마저 '모르쇠'

FP "EU 균열, 연쇄 경제난·안보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도"

연합뉴스

지난 13일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보낸 의료물자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 거점이 된 이탈리아를 앞장서서 돕기는커녕 오히려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2015년 난민사태 때도 유럽행 난민의 첫 관문이었던 이탈리아에 모든 난민 문제를 떠맡겼던 EU 회원국들이 이번에도 또다시 이탈리아를 못 본 체하면서 EU 내 결속력 약화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로 사실상 나라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는데도 EU의 동료 회원국이 이탈리아에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다고 16일 지적했다.

EU의 긴급대응조정센터(ERCC)는 재난재해 등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시민보호기구'(Civil Protection Mechanism)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24시간 내내 긴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재난 당사국이 스스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 때 직접 대응 주체로 나서서 주변 회원국에 지원을 요청한다.

실제로 스웨덴은 2년 전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ERCC에 도움을 요청했고, 독일과 포르투갈 등 회원국들이 소방헬기 등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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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자는 플래시몹에 동참한 이탈리아 시민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도 코로나19가 자국 내에서 번지기 시작한 지난달 무렵 ERCC에 도움을 호소했지만, 되돌아온 반응은 전혀 달랐다.

마우리치오 마사리 EU 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ERCC에 의료 장비 공급을 요청했고,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도 이를 회원국들에 전달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FP에 따르면 지금까지 어떤 EU 회원국도 유럽 내에서 가장 극심한 피해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 지원물자를 보내지 않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적은 영향을 받는 EU 회원국 중 대다수는 과거 EU로부터 많은 혜택을 본 수혜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가 EU에 외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앞서 2015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다른 EU 회원국들과 갈등을 빚었다.

170만명에 달하는 난민이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국경으로 몰려들었지만, 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일부 EU 회원국들은 난민 분산 수용을 거부했다.

마사리 대사는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난민 사태와 유사하다"며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 대다수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유럽을 향한 위협이라고 느끼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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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좌)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
[EPA=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해 참담한 상황에 빠져든 이번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지난 12일 항공기를 통해 중환자실 장비와 의료장비, 항바이러스제를 포함한 31t 분량의 의료용품과 9명의 의료전문가를 이탈리아에 보냈다.

또 트럭에 230상자가 넘는 의료장비를 실어 보내기도 했다.

FP는 유럽 국가들의 이기주의가 도덕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일뿐더러, 현명한 선택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는 이웃 국가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EU의 균열은 국가 안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P는 유럽 국가들이 보여주는 행태가 향후 또 다른 위기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동맹국에 의지할 수 없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으로 기운 이탈리아가 앞으로 곤경에 처한 다른 유럽 국가를 지원해야 할 이유는 물론,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이탈리아를 저지할 명분도 없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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