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생계 막막한 가장들
월급 깎인 회사원, 고물상 주인 등
평일 저녁, 주말 알바 하며 버텨
“대출 지원? 빚 느는 게 더 무서워”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업으로 오토바이 배달업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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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벤트 관련 사업을 하는 방모(45)씨는 지난 1월부터 ‘투잡’(두 가지 일 병행)을 뛰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주로 관공서가 발주하는 공연·이벤트 입찰에 참여해 일감을 따냈다. 하지만 지난 1월은 비수기였고, 지난달 이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사라졌다.
방씨가 선택한 두 번째 일은 수입차 튜닝(개조)업체의 프리랜서 영업직이다. 인센티브 형태로 받는 월수입은 100만~200만원이다. 그는 정부의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은 신청하지 않았다. 방씨는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것도 무섭지만 빚이 늘어나는 게 더 겁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2분기까지는 (공연) 일감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외식은 거의 안 하고 레저 장비 등은 팔려고 내놨다”고 전했다.
‘투잡’을 뛰는 취업자는 2017년 이후 3년째 증가 추세다. 추경호 국회의원실(미래통합당)이 통계청의 고용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부업자는 47만3000명으로 2018년보다 9.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지난달부터는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인천에서 고물상을 하는 자영업자 이모(46)씨는 지난 1월부터 오토바이 배달대행 사무실에서 일한다. 이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100만원 이하로 내려갔다. 주말의 경우 유류비와 대리점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15만~16만원이 남는다. 고물상의 주요 취급 품목인 폐지 값은 ㎏당 30원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불황의 여파로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쇳가루 등도 줄었다. 그는 “고물상 일을 20년간 했다. 공장이 잘돼야 우리 같은 사람한테도 콩고물이 떨어지는데 제조업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오토바이 배달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에도 거의 유일하게 고용이 늘어난 업종으로 꼽힌다. 오토바이 배달로 한 달 1000만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는 말에 이씨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교통) 신호 무시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달리면 하루 80~90건, 30만원 정도 벌 수 있을 것”이라며 “목숨 걸고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권성훈(53)씨는 주중엔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 영업·마케팅을 한다. 주말엔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배달 일을 한다. 협동조합에선 월 200만원을 받는다. 지난달 자발적으로 100만원을 깎은 금액이다. 권씨는 “금요일과 주말에 18시간 배달 일을 하는데 지난달 85만8000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권씨가 일하는 피자가게에는 최근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자영업자·직장인이 늘었다고 한다. 권씨는 “멀쩡한 직장인이나 사장님(자영업자)이 남의 가게 와서 배달하고 청소하며 쓰레기 버리는 허드렛일까지 해야 한다. 그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생활비 지원이나 세금·공과금 감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실태 파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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