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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표준협회 직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열공' 중이다. 연초부터 협회 차원에서 의무교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직원 300여 명이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블록체인·AI 기본과정을 이수하고, 지난해 기본과정을 이수한 팀장급 이상 보직자 50여 명은 심화과정을 학습한다.
전 직원 대상 교육은 이상진 표준협회장이 직접 주문했다. 2018년 3월 취임한 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표준협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표준협회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4차산업기반센터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표준협회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KS(한국산업표준)·ISO(국제표준화기구) 등 국내외 표준 규격을 지키는지 확인하고 인증을 하는 기관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품질교육과 경영컨설팅 등 기업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업무 비중도 큽니다. 협회에 와서 살펴보니 여전히 6시그마 등 옛 방식 교육이 주력이더라고요. 임직원 모두 4차 산업혁명 관련 역량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DT센터에서 만난 이 회장의 머릿속은 온통 AI와 블록체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협회 미션을 '개별 기업이 기존 사업에 AI와 블록체인을 접목하도록 돕고, 기업 구성원이 AI와 블록체인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에 접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정도다. 한마디로 표준협회가 AI·블록체인 분야 플랫폼 역할을 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AI와 블록체인이 '21세기 필수 교양'이라고 말한다. 특히 기업인과 정책 담당자는 AI나 블록체인을 모르고서는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얘기다.
"중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일부이기는 하지만 중·고생도 학교에서 AI를 배운다는 거예요. 중·고생들이 배우는 게 교양 아닙니까. AI와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이 될 겁니다. 거기서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열릴 거예요."
이 회장은 AI 부문에서 한국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비해서도 매우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1970년대 한국과 일본 간 제조업 격차에 비견될 만큼 큰 격차가 이미 존재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는 중학생만 돼도 교과서를 통해 AI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선을 배웁니다. 이런 학생들이 상하이에서만 매년 2만명이 쏟아져 나옵니다. AI산업은 '인해전술'이 먹힙니다. 알고리즘에 맞게 데이터를 분석·가공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작업은 굉장히 노동집약적이에요."
이 회장은 "우리가 1970년대 일본 제품을 베꼈듯 AI와 관련해서는 일단 중국을 베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중국을 베끼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게 원료는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었잖아요. AI 원료는 데이터인데 데이터는 수입이 안 돼요. 중국처럼 일단은 쓰게 풀어주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회장은 현재 한국이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뒤처져 있지만 잠재력만큼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표준협회 또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2월 중순부터 오프라인 집합교육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교육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장은 지금 위기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표준협회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난대응 컨틴전시 비즈니스 리더십' 등 새로운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기존 오프라인 콘텐츠를 대거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재택근무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16일부터 직접 일주일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제 철칙이 '무조건 직접 해보자,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것입니다. 재택근무를 해보고 보완할 점은 없는지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 삼성동에 사옥을 마련해 올 1월 입주하는 등 1962년 협회 창설 이래 겪어오던 더부살이의 서러움도 끝냈다.
"삼성동의 삼성이 석 삼(三)에 이룰 성(成) 자인데, 이름처럼 세 가지를 이루고 싶습니다. 협회의 오랜 숙원이던 사옥 마련에 성공했고 덕분에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던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습니다. 두 가지를 성취한 셈인데,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취하고 싶습니다. 표준협회가 디지털 전환 시대 최고의 지식서비스 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기반을 다지고 싶습니다."
▶▶ He is…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행정고시 32회 △1990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7년 오하이오 주립대 행정대학원 박사 △2008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 △2014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2017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 △2018년 3월 한국표준협회장
[노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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