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추경에 돈을 더 투입하는 ‘추경 증액론’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의 한 병원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제도 팬데믹(pandemic·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상태에 빠졌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동요하면서 공포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자, 결국 나랏돈으로 눈길이 몰리고 있다.
지난 5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선 급한 감염병 검역·진단·치료에 힘을 보태고 민생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막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입국 제한 조치가 확산하면서 항공업체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대 이상이 계류장에 서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12일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기업의 신용도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1%에 턱걸이할 것이란 예상(골드만삭스)까지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왼쪽)과 이인영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따라 각계에서 “추경액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당초 정부가 생각했던 ‘버티기’로는 부족하고 밀어 올려야 할 판이란 주장이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추경 증액론’이 제기되며 추경에 돈을 더 투입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야당 의원들도 추경 규모를 키우고 빠르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며 “정부 안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국난 극복을 위해 국회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추경의 증액과 지원사업의 신설·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추경 증액, 사업 늘릴 것”
추경액이 늘어나게 되면 전례가 없는 일이 된다. 이전에는 국회 심사를 거치며 주로 감액이 이뤄졌다. 이미 정부 추경안은 국회 심사를 거치며 몸집을 불렸다. 이번 추경안에 포함된 사업 심사를 맡은 7개 상임위는 예비심사 단계에서부터 총 6조2604억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상공인 전기요금 긴급지원사업,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확대 공급 등을 위해 정부 원안보다 4조666억원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추경 사업을 의결하면서 1조6208억원 늘려 의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 국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당은 추경 사업도 더 늘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교통·항공·여행업, 교육·문화·서비스업 등에 대한 지원책이 추가될 전망이다. 또 대구·경북 지역 특별 지원 대책에 대한 요구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위원장은 “정부가 다음 주 안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추경 증액론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정부가 ‘초(超)스피드’로 내놓은 추경안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국회에 낸 코로나19 추경은 워낙 준비 시간이 짧았다”며 “기재부가 모은 각 부처의 추경 요구사항 중 상당수가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회 심사를 거치며 부처별 요구안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정의 추경 증액 요구에 정부는 일단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본 뒤 필요시 보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이미 추경안을 제출한 상황이고 이후 결정 과정은 국회로 넘어갔다"며 "국회에서 증액 요구사업 등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40조 추경” “2차 추경”까지…물량 공세 요구
재계의 마음은 더 급하다. 앞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40조원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대한상의는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기업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유통, 항공·해운, 건설, 석유화학 등 업종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추경액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 낸 추경안에 이어 2차 추경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피해가 얼마나 오래갈지,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는 기존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논의하고 향후 열릴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번 더 추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정건전성 우려는 여전
발등의 불이 급하기는 하지만 이번 추경의 재원 대부분이 빚이라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0조3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이 외환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40%를 넘게 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극복이 시급한 계층 지원을 위한 추경 증액은 필요하다”면서 “과거 연이은 재정 씀씀이로 이번 추경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