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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예능 뜨니까 너도나도… 방송프로 쏠림 현상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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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트롯신이 떴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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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만 틀면 트로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트로트 열풍이 TV 예능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다. 트로트 대중화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과거 ‘먹방’ ‘육아예능’처럼 특정 주제로 방송 프로가 쏠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방송가에선 트로트 열풍의 시초로 지난해 2~5월 방송된 TV조선의 ‘미스트롯’을 꼽는다. 후속작으로서 올해 1월부터 방송 중인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이 무려 33.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예능 역사를 새롭게 쓰는 중이다. 트로트 인기에 힘입어 톱스타 유재석이 지난해 11월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하는 등 인기 예능인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세대를 초월해 각광받기 시작하자 다른 방송사들도 발 빠르게 나섰다. MBN은 지난달 4부작 분량의 트로트 예능 ‘트로트퀸’을 편성했다. 지상파도 예외는 아니었다. SBS는 지난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트롯신이 떴다’를 방송하고 있다. 앞서 MBC도 에브리원 채널을 통해 같은 날 같은 시간대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편성한 상태라 두 프로는 경쟁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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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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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프로에서 특집으로 트로트를 다루는 예능도 속속 생기고 있다. MBC 예능 ‘편애중계’에선 지난달 말부터 트로트 신동을 발굴하는 서바이벌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불후의 명곡’ 무대엔 가수 박상철이 나와 조명섭, 박서진과 ‘트롯당’을 결성하며 열띤 공연을 선보였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트로트 프로를 제작하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트로트 장르는 TV 시청률이 높은 50대 이상에 인기가 많아 소비층이 탄탄하다. 여기에 젊은 층만 끌어들일 카드가 있으면 흥행이 보장된다.

실제 해외 버스킹 등 참신한 방식을 택한 SBS ‘트롯신이 떴다’는 후발주자임에도 첫회부터 시청률 14.9%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MBC ‘편애중계’는 최근까지만 해도 2~3%대 시청률에 머물다가 트로트 특집 방송 때부터 시청률이 6~7%로 2배 이상 뛰었다.

부작용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31)는 “내게 트로트는 여러 음악을 듣다 잠깐 들었을 때 즐거운 장르인데, 요샌 TV만 켜면 주구장창 나와 곤혹스럽다”면서 “대세도 좋지만, 지상파는 다양한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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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트로트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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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방송사들은 ‘먹방’이나 ‘육아’처럼 인기가 검증된 아이템으로 프로를 집중 제작하면서 ‘베끼기’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대중의 수요가 존재하는 한, 방송사 입장에서는 트렌드를 무시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만약 방송사들이 차별화 고민 없이 트로트를 내 건 프로를 양산하는 데만 급급하면 트로트 신드롬이 일찍 꺼지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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